‘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는 말이 있다. 100년 넘게 미국의 자존심이었던 제너럴모터스(GM)는 진정한 의미의 ‘근대(modern times)’를 연 포드 자동차와 함께 ‘20세기형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를 완성한 자본주의 발전사에 획을 그은 기업으로 꼽힌다. 

그런 GM이 금융 위기를 맞아 2009년 파산했다. 2007년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 빅3 업체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복리후생비 등 간접비용 포함)은 73.2달러였다. 당시 미국 내 일본 자동차회사 3곳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47.6달러였으니 54% 가량 높았다. 이같은 고비용 구조는 GM 경쟁력을 약화시킨 주요 원인이었다.

당시 GM은 위기를 극복하고자 픽업트럭과 대형차에 주력했다. 2007년 GM 미국공장이 고가 차량에 집중한 전략은 제품 구조만 왜곡 시켰을 뿐 큰 효과가 없었다. 이듬해 금융 위기가 닥쳤고 2009년 GM은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그랬던 GM이 지난해 10월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는 등 탄탄한 회사로 재탄생했다. GM의 부활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유연하게 변한 노조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지원 조건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2009년 3월 생산직 근로자 12%(7,500명)를 해고했다. 구조조정과 함께 노조는 과도한 복지 혜택 축소에 동의했다. 위기설이 확산되던 2007년 GM 노조는 이중 임금제 도입에 합의했다. 신규 입사자들은 기존 근로자 임금의 50%만 받도록 했다. 이중 임금제 도입과 함께 2015년까지 임금을 동결했다. 이후 GM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과 한국 GM 상황은 11년 전과 정반대가 됐다. 

한국 GM 노조가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급을 안 받는 대신 조합원 전원에게 1인당 3,000만원어치 주식을 나눠주고 60세에서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4년간의 누적 손실이 3조원에 달해 자본이 잠식된 회사의 노조가 했다고 믿기 힘든 어이없는 요청”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노조는 미국 노조의 위기극복 노력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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