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과 진실공방으로 연일 시끄러운 대한민국
흥분만 하지 말고 건전한 정신문화 만들어야 할 때
이번 파장이 나라 개조하는 희망의 에너지로 바뀌길

 

정은영 울산문인협회장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미투’ 운동이 대한민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차기 유력 대권 후보자 명단에 올랐던 정치인도 ‘미투’라는 그물에 걸려들면서 하루아침에 검찰 조사를 받는 초라한 신세가 됐다. 

울산은 골프장 캐디들이 ‘미투’ 운동에 나서면서 말들이 많다. 매일매일 불거지는 부도덕한 일들이 뉴스보기가 겁나게 한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저럴까, 같은 남자로서 부끄럽고 창피하다. 

법조·연극계로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은 정치판까지 초토화 시키고 있다.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태풍이 된다는 말이 실감한다. ‘미투’ 운동의 끝이 어딘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저러나 힘 있는 자들의 비윤리적, 비도덕적 삶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이 심각한 문제다. 지도층들의 부패 행태에 대해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참으로 분노하고 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민본(民本)사상의 근원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미투에 대해 궁금해졌다. 백과사전을 들췄다. ‘성폭력 생존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연달아 고발한 현상이다.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생존자 간 공감을 통해 연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래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성범죄에 취약한 유색 인종 여성 청소년을 위해 시작한 캠페인으로, 2017년 10월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를 통해 제안하면서 빠르게 확산했다. 제안 직후부터 많은 사람들이 SNS에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고발하고 ‘미투 해시태그(Me Too)’를 붙여 연대 의지를 밝혔다. 이후로도 전 세계 80개 이상 국가에서 미투 해시태그를 통한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으며, 특히 사회 각 분야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권력형 성폭력의 심각성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이유가 분명해졌다. 한 사람의 힘없는 여성이 아닌 여러 사람의 뭉쳐진 힘으로 ‘미투’ 운동은 성공적 결말을 가져와야 한다. 피해를 당한 그들의 아픈 상처가 2차 피해로 나타나지 않도록 정부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도 최근 ‘미투’와 관련한 진실공방 뉴스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들에 대한 2차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어느 큰 절에서 전해들은 이야기다. 그 절에 팔순을 넘긴 노스님이 계셨다. 이 스님은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여자 신도가 방에 들어오면 나갈 때까지 방문을 30센티미터 정도 열어놓고 있었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80을 넘긴 노스님이 방문을 열어놓고 스스로 자신을 다스리고 경책을 삼고 있음이 놀랍다. 후인들에게 전달하는 그 큰 울림이 오늘날 ‘미투’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 더 크게 가슴에 와 닿는다. 

비도덕적, 비윤리적 행동은 어느 날 갑자기 부자가 된 경우거나, 갑자기 직위나 높아진 경우에 자주 나타나는 부도덕한 현상이다. 노스님이 스스로를 경책 삼는 자세를 요즘 사람들이 까마득하게 잊어먹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흥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른을 공경하고 약자를 돌보는 건전한 가치관이 살아있는 대한민국 정신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담장이 높아지는 세상이 아니라 담장을 허물면서 이웃 간의 웃음이 담장을 넘나드는 마을이 늘어나야 한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이웃을 믿을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미투’로 인해 업무지시도 카톡으로 해야 한다며 주저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 ‘미투’ 바람이 대한민국을 개조하는 희망의 에너지로 전환돼야 한다. 

오늘도 바람이 차갑다. 무르익은 봄을 맞이하려면 좀 더 세월이 필요할 것 같다. 마른 저수지에 물이 고이듯 인간의 가슴에도 따뜻한 정이 고였으면 한다. 어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극복할 것은 극복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이다. 

‘남자들은 다 그렇다’고 누군가 말을 했다. 이 또한 화가 난다고 말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조금만 참으면 남에게 상처 주는 일은 만들지 않는다. 미투 추방운동으로 지금부터는 분명히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한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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