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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칼럼] 행복한 기업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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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규 동구청소년진로지원센터 사무국장
  • 승인 2018.04.12 22:30
  • 댓글 0

작금의 지역사회·기업 어려움
향후 부흥의 기반되리라 믿어
행복함 추구 회사 많이 생기길 

 

이진규
동구청소년진로지원센터 사무국장

십 수 년 전, 청소년지도사로 처음 일하게 됐을 때의 일이다. 밴드활동에 열심인 고등학생 모습이 너무나 싱그럽고 보기가 좋았다.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처럼 외모도 곱상하고 노래 실력도 출중해 또래들 사이에선 꽤나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학생이었기에 장래희망을 물어 봤다. 가수나 연예인이 되리란 확신까진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 대답이 돌아 올 줄 알았는데 “00중공업 직영 될 건데요!” 라고 했다. 해맑게 그리고 당연한 듯이 말하는 아이 앞에서 청소년지도사로서 뭔가 멋있는 조언을 해주고 싶었던 필자는 적잖이 당황했다. 실제로 그 아이는 자신이 말한 회사와 관련 된 일을 얼마간 했었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산업수도 수식어가 항상 따라 붙는 울산에서 자랐으니 본만큼의 꿈을 꾸고 그것으로 미래를 그리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더욱이 굴지의 대기업이거나 돈을 잘 벌수 있는 업체라면 누구든 취직하고 싶을 것이다. 그동안 만난 많은 학생들이 그런 꿈을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기업 산하 직업연수원에 들어가거나 일정기간 협력업체에서 일하면서 직영이 되는 과정을 밟고 싶어 했다. 어떤 자격증을 따면 좋다더라, 연봉이 얼마나 된다더라하는 식의 장밋빛 소문들이 아이들을 부추기고 누구는 직영이 되자마자 중매가 들어와 장가갔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수원에 들어가지 않았던 몇몇 학생들은 안 가길 잘했다는 탄식을 쏟고, 이미 중년이 된 친구들은 난데없는 퇴직 앞에 살길을 찾아 지역을 떠나는 일이 생기고 있다. 우리지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조선업이 대부분 불황을 겪는다고 하니 오늘 내일에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아 걱정이다. 순식간에 세계최고의 기업이 적자다 구조조정이다 뭐다해서 맥없이 앓고 있는 모습은 지난날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비단 조선업 뿐만 아니라 그저 대기업이나 돈이 되는 직장에 몰입된 시각이 위기 앞에 더욱 약해지는 것은 아닐까? 청소년 진로와 관련된 일을 하고부터 이런 걱정이 더해진다. 다양한 직업체험과 창의적 발상이 필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위기 앞에선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력이 없는 아이들이 어른들 보다 경기를 더 많이 탄다고 느낄 때가 있다. 물질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분위기에 민감해 한다. 그래서인지 동아리와 같은 자발적 활동이 위축된 것을 볼 때마다 속상하다. 자유학기제가 시행 되면서 직업체험 수요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4차 산업혁명은 가닥도 없이 수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는 요즘, 미래의 주역이란 청소년에게 어떤 일과 어떤 직장을 자신 있게 소개 할 수 있을까? 

울산에서 대기업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연봉을 많이 받는 직장이 어디인지도 쉽게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줄 직업이나 직장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결국 무엇을 하든 잘 할 수 있는 일 신나게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찾아라는 통속적인 조언이 전부인데 그나마 요즘은 안정성 없이는 불안해서 잘 할 수도 신날 수도 없다고 한다. 불안한 고용이 박봉 보다 더 힘들다는 것이다. 

유행처럼 체험해 보는 직업들은 많지만 14살 중학교 1학년이 꿈을 펼치며 살아가게 될 20년 30년 후에도 지금의 유행이 일상이 되고 삶이 될 수 있으리라 보장하지 못한다. 이것이 단순한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녹녹치 않게 풀려가는 시대가 무겁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사들, 지역사회의 분위기를 만들고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기업들은 왜 그저 일하는 곳이나 돈을 벌기 위해 다녀야하는 곳 정도에 머물러 있을까 고민해본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집 같고 동료가 가족 같을 수는 없겠지만 잘 될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모습이 너무 달라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입바른 소리 꿈같은 상상인지 모르겠지만 행복을 주는 회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행복한 직장으로 소문이 나서 행복해지러 출근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대기업이 우리 지역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의 말처럼 “결국엔 다 잘 될 것이다.” 지금은 그 과정에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다들 잘 되는 모습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희망으로 비추어지길 바란다. 춤추고 노래하던 개구쟁이가 어른이 되어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직장이 많아져서 직업체험을 제공하는 필자 같은 실무자도 덩달아 신이 날 그런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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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규 동구청소년진로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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