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거대한 쓰레기 산(山) 옆에서 플라스틱을 태울 때 나오는 지독한 연기와 액체를 먹고 마시고 잠을 잔다. 그리고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게 된다. 중국인도 모르고 있던 중국의 현실이었다. 왕주량(王久良) 감독이 연출해 2016년 선보인 중국 다큐멘터리 영화 ‘소료왕국(塑料王國)’의 스토리다. ‘소료’는 중국어로 플라스틱을 뜻한다. 영어로는 ‘플라스틱 차이나’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2017년 7월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폐종이 같은 폐자재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영화 ‘소료왕국’은 중국 내 환경운동에 불을 지폈다. 세계의 무역 상품에는 만든 물건만 있는 건 아니다. 폐플라스틱과 폐가전 쓰레기도 돈을 주고 받으며 거래되는 엄연한 상품이다. 중국의 WTO 통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쓰레기 수입 국가였다. 2016년에만 해도 730만 t의 폐플라스틱·비닐을 수입했다. 금액으로는 37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폐플라스틱과 비닐 수입량의 절반이 넘는 56%에 이른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으로 폐플라스틱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였다. 물론 한국도 한 몫 해왔다.

그런데 중국의 갑작스러운 쓰레기 수입 중단 선언에 주요 쓰레기 수출국은 패닉에 빠졌다. 쓰레기도 처리하고, 돈도 벌어온 요긴한 창구가 하루 아침에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올해부터 각국에서 쓰레기 처리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사라진 ‘세계의 쓰레기통’ 탓에 각국이 비상이다. 대량으로 쏟아지는 폐플라스틱과 비닐을 자국 내에서 처리해야 한다. 아무런 대응책이 없었던 우리나라에서는 재활용 업체의 폐플라스틱·비닐 수거 중단이 쓰레기 대란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매년 수입해 재활용했던 700만여 t 의 플라스틱과 2,900만t의 종이가 어디에서 사라지게 될까. 고스란히 잿더미가 될 수도 있다. 영화 한 편이 부른 중국발 쓰레기 패닉이다. ‘소료왕국’의 속편이 또 나올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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