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추상(春風秋霜)은 <채근담>에 나오는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의 줄인 말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고 강조한 말이다. 2018년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각 비서실에 선물한 액자에는 고 신영복 교수가 쓴 ‘춘풍추상’이라는 글귀가 담겨 있었다. 정부가 2년차에 접어들면서 기강이 해이해질 수도 있으니, 모두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의 대통령 선물이었다. 

“남들에게 추상과 같이 하려면 자신에게는 몇 배나 더 추상과 같이 대해야 하며, 추상을 넘어 한 겨울 고드름처럼 자신을 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이 액자가 정치권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김기식 구하기’ 전면전에 나선 이 정권 사람들은 남에게 추상 같고, 자기들끼린 한없이 부드럽다는 여론이다.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도 “해임은 없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외유성 로비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청와대의 싸고 돌기다. 매일 쏟아지는 의혹과 구차한 변명을 보면 의혹을 잠재울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당은 한 술 더 떠 “(김기식 공격은)금융개혁을 좌초시키려는 것”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그의 뇌물성 외유는 참여연대 최고위 간부와 국회의원 시절 추상같은 기세로 대기업과 피감기관을 ‘잡도리’하던 모습과 너무나 크게 배치(背馳)돼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청와대와 여당이 국회의 관행이었다며 방어막을 치는데도 여론이 악화된 것은 심각한 ‘내로남불’식 이중성 때문으로 보인다.

시중에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 민주당) 인사라는 신조어가 돈지가 오래다. 끼리끼리 추천하고 검증하고 면죄부도 준다. 이른바 셀프 추천, 셀프 검증, 셀프 면죄부다. 이도저도 아니고 단지 권력의 오만일 수도 있다. 높은 지지율을 믿고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 귀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내로남불 좀 했다. 그래서 어쩔래?’ 이런 권력의 오만이야말로 파국의 전주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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