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온 환경 다른만큼
생각·행동·지식 다름도 인정을 
서로 존중 땐 건강한 사회 실현

 

김상락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 전문위원

퇴근 때 동네 약국의 진열장에 있는 다양한 약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약사는 약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어떻게 진열할까? 아마 오랜 시간 약을 판매한 경험을 바탕으로 터득한 자기만의 비법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많이 판매되는 약과 그렇지 않은 약, 위험한 성분이 포함된 약, 증상으로 구분한 약 등으로 나눠 진열할 것 같다. 

약사는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가장 효율적인 최적의 진열 방법을 채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느 날 인근 약국의 약사가 필자가 본 약국을 방문해 약사가 약을 판매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면 그 약국을 방문한 약사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할 것이다. “손님이 많이 찾는 약은 제일 첫 번째 진열장에 진열하는 것이 좋고, 위험한 약은 손이 닿지 않는 맨 뒤쪽 유리가 있는 선반 위에 두고 자물쇠를 사용해서 안전하게 보관해야지. 등등” 현재의 약을 진열하는 방법은 틀리고 자기가 말하는 진열 방법이 바르다는 의미로 열변을 토할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오랜 시간 다듬어진 자기만의 문체가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쓴 문장을 보면 무엇 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표현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탓에 누구나 자신의 방식대로 문장을 고치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또한, 같은 의미의 문장을 두고 서로  자신이 쓴 표현이 바 르다고 주장하며 승강이를 벌이기도 할 것이다. 

동료 차량의 조수석에 앉아 어디론가 갈 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운전자들은 보통 운전할 때 자기가 좋아하는 길로 다니는 경향이 있다. 

거리와 시간, 통행량, 비용, 안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이 선호하는 경로가 있다. 필자는 주로 도로 폭이 넓고 안전한 길로 다닌다. 그런데 조수석에 앉아 갈 때면 누구나 습관적으로 자신의 운전 성향에 따라 운전자의 운전 경로에 대해 참견하고 싶어 한다. 경제적으로 알뜰살뜰한 생활 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거리와 유류비를 빛과 같은 연산 속도로 철저한 원가 계산을 한 다음 가장 경제적인 경로로 운전자에게 안내할 것이고, 성격이 급한 사람은 차량 통행이 적은 길로 안내할 것이다. 

가끔은 운전을 하는 동료에게 급하게 자신이 선호하는 길을 안내하다 사고 날 뻔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경우인데 예전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기억을 떠올리면 동료가 작성한 프로그램 소스 코드를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왜 프로그램을 이렇게 작성했지. 발로 작성해 이것보다 낫겠다.” 라고 툴툴거리면서 소스 코드를 새로 작성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소스 코드를 다 작성한 후 프로그램을 실행해보면 문제가 발생돼, 다시 수정하기를 반복하다 결국 동료가 짜놓은 원래의 소스 코드와 비슷한 것을 보고, 동료가 왜 그렇게 소스 코드를 작성 했는지 나중에야 깨닫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오랜 시간 습득한 지식과 행동 방식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판단의 잣대를 자신의 사고 틀에 맞추어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나와 의견을 달리할 때 상대방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논쟁의 시작은 상대방의 사고와 행동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상대방의 생각이 틀리다고 판단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나와 생각이 다른 거지 결코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논쟁의 씨앗은 싹틀 수가 없다. 

이제부터라도 서로의 생각과 행동 방식을 판단하기 전에 자신의 기준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하고, 그리고 이해해 줄 때 우리 사회는 진정 다양성이 공존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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