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예 취재 2팀 기자

‘구관이 명관이다’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 익숙한 게 더 낫다는 말인데, 문화적인 잣대로 판단하자면 결코 바람직한 것만은 아닌 모양새다.

한국 창작뮤지컬의 신화라고 불리는 한 작품이 내달 울산의 대형공연장을 찾는다. 전국적으로 성공을 거둔 대형공연들이 울산에서 잇달아 무대에 올라오는 건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양한 문화생활공급이 원활치 못한 지방 특성상, 수십 차례의 무대 통해 실력과 흥행을 검증받은 공연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울산에서 가장 큰 공연장이자 지역문화예술의 중심인 곳에서 한 해 동안 받는 각종 예산과 지원을 따져본다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해당 공연이 전국투어라는 점은 감안해야하지만, 최근 울산에서는 몇 년간 같은 공연들이 반복돼 온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한 관객의 말을 빌리자면 “참신하고 독특한 국내외 대형공연들 중에 울산에 소개 되지 않은 것들도 많은데, 늘 똑같다”는 거다.

무엇보다 이는 울산시민들의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는데도 걸림돌이 될 게 분명하다. 

지역공연계 관계자는 “공연을 가져오는 것이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또 비싼 공연이 좋은 것이라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이는 시민들의 문화의식 고취는 물론 울산문화의 성장 자체를 위해서라도 심도 깊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울산은 산업도시에서 문화예술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시민들의 문화생활에서부터 확보된 관객수, 무난한 흥행, 안정적 운영 등 안전바를 단 채 ‘청천’(晴天)과 ‘무사고’(無事故)만을 바라는 건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때론 구관이 구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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