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용 후판 가격 이달 중순부터 t당 5만원 올리기로
철강업계 “3년간 동결…수익성 악화 해소 위해 불가피”
공사손실충당금 실적추정치 반영 안돼 실적 악영향 우려 

철강업체들이 3년 간 동결했던 조선용 철판 가격을 인상하기로 해, 일감 부족으로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들어간 울산지역 조선업계가 ‘이중고’를 겪게 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들은 최근 선박용 철강제품인 후판 가격을 5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월 중순부터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에 들어가는 후판 가격은 t당 65만원에서 70만원으로 오른다. 

철강과 조선업계는 보통 1년에 두 차례 협상을 벌여 후판 가격을 정하는데, 올 상반기 협상은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 해 2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협상에서 철강업계는 후판생산의 원재료가 되는 슬래브 가격이 전 분기 대비 50달러 이상 상승한데다, 미국 상무부의 한국산 후판 예비판정에서 10%대의 관세가 매겨져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또 최근 수주 개선 등 조선업계의 업황이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가 발생한 점도 협상 과정에서 조선사들에 불리한 요인이 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그동안 조선용 후판 가격만 인상하지 못했다”며 “시중에 유통되는 후판 가격 대비 조선용 후판 가격은 여전히 저렴한 수준으로, 수익성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후판은 주로 선박이나 교량 등 대형 구조물에 사용되며, 90% 이상이 조선 3사에 공급된다.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2006년 이후 t당 후판가격은 100만원선에서 50만원선으로 급락했고 지난 3년간 동결됐다. 

하지만 일감 부족으로 인해 ‘보릿고개’를 나고 있는 조선업계로서는 이번 후판 가격 인상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조선업계는 지난 2016년 최악의 수주난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일감부족과 매출감소로 인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통상 조선업계에서는 수주하고 나서 설계 등 준비과정을 거쳐 1~2년 후에 제작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주요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실제 16일부터 2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자 접수에 들어갔다. 구조조정 규모는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사의 선박 건조 대금의 10~20% 정도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까지 인상되면서 조선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인한 공사손실충당금도 실적 추정치에 반영돼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상반기 실적 우려감도 크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선박 건조에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해는 클 것”며 “수주절벽의 여파로 구조조정까지 단행하고 있고, 업황이 확연히 회복이 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원가 인상 압박까지 받는 현 상황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현대중공업 등에 납품하는 지역 중소조선사는 원청에서 무상으로 자재를 공급받는 일명 ‘무상사급’ 제도로 인해 후판 가격 인상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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