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맺히는 한 송이 방망이 
하얀 기억이 솟아오른다 뭉게뭉게 
구름 피는 날, 두들기던 빨래
시어머니의 구박에 구겨졌던 홑청이
배냇짓으로 말끔히 펴지고 
헤프게 불어오는 실바람에 
풀 먹인 시집살이가 실려 온다 
볼멘소리 숨겨주던 다듬이 소리는 
초록 다듬잇돌 등살에서
바삭바삭 익어간다 
늦더위 햇살에 
까맣게 잊었던 그리움이 
꽃대에서 또가닥 또가닥 쏟아진다 이제는
잔소리도 내려놓으시고
한 잎의 선산아래
긴 꽃잠을 주무시는 그믐밤
흘기던 눈빛만 처녀자리에서 반짝인다

 

정석봉 시인

◆ 詩이야기 : 어느 날 등산로 초입지 길가에 핀 옥잠화를 보다가 문득 어머니가 두들기든 홍두깨가 생각났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 몽우리에서 홍두깨소리에 아득한 기억이 피어올랐다. 저녁마다 두들겨야했던 어머님들의 시집살이는 본 것 같았다.
◆ 약력 : 정석봉 시인은 2010년 시안 등단. 시in동인. 영남시동인.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