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물건을 고르듯 가족을 선택해 태어날 수는 없다. 가족의 역사, 친지, 환경 등 내외적 관계는 태어날 때 이미 결정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가족은 최소한 두 사람 이상이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사회 제도로 공동의 인간, 공동의 역사를 공유하는 결합체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전통적 가족공동체는 급변하고 있다. 특히 가족 간의 갈등은 참담한 지경이다. 배우자 간의 폭력과 살인, 어린이와 노인학대와 같은 파렴치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족을 혈연과 위계질서 중심의 비공개적 닫힌 시스템으로 보는 전통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가족 사이의 소통을 복원해 간다면 근본적인 치유를 못할 것도 없다. 가족은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작용이란 소통을 통해 건강한 관계를 함께 형성하는 공동체라는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부부와 부모-자녀, 자녀와 자녀 사이의  대화 시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간판이자 차기 대선 주자 1순위로 꼽혔던 올해 48세의 폴 라이언 연방하원 의장이 “주말 아빠는 싫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워싱턴 의사당에서 11월 선거에 불출마하며, 내년 1월 임기를 끝으로 선출직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5년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원의장이 된 그는 의장이 돼도 주말엔 워싱턴에서 1,100km 떨어져 있는 위스콘신주 제인즈빌 자택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2남 1녀 자녀의 아버지인 그는 일이 바쁜 하원의장은 자녀들이 모두 독립한 ‘빈집지기(empty nester)’에게나 적합한 자리라며 “가족과의 시간은 포기할 수 없다”고 공화당의 러브콜을 거절했다. 일부에선 그의 은퇴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뒤치닥거리 역할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그의 가족 사랑을 말릴 수는 없었다.

가족 구성원간의 소통 경험은 일생 동안 영향력을 지니고 세대와 세대로 전달된다. ‘나를 키운 것의 8할이 바람’이라던 시인의 말을 빌린다면 사람을 키우는 것의 8할은 가족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