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예술인들 예술만으로 먹고 살기 어려워
경제적 걱정 없이 예술활동 가능한 환경 조성 필요
지자체·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예술 발전시킬 것 

 

정은영 울산문인협회장

고대 희랍의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인생은 짧고 예술(藝術)은 길다’라고 했다. 그의 잠언집에 나오는 이 말은 지금까지 알려진 예술에 대한 명언(名言)이자 영구불변의 진리다. 그가 남긴 이 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예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히포크라테스의 생각과는 달리 현실적 예술에 대한 생각과 의미는 너무나 제각각이다. 우선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갈래가 그렇다. 속된 말로 안 팔리는 작품은 순수예술이고 잘 팔리는 작품은 상업적이라고 하는 것일까.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정답을 말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우리는 예술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매우 혼란스럽다. 하지만 예술인들이 듣기 좋은 소리는 순수예술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잘 팔리지 않는 작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순수예술을 하고 있는 예술인들 중에는 상업적 예술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품이 안 팔리니 순수예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 뿐이다. 그래서 이들은 대부분 가난을 면치 못한다.

누구는 행복을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 행복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하는 말이 그냥 예사로 나온 말이 아니다.

우리는 잠시 과거 힘들게 살다간 예술인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가까이는 1백년 전후만 살펴봐도 된다. 지난해는 탄생 백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몇 건 이었다. 황소그림으로 잘 알려진 화가 이중섭이 대표적이다. 우표까지 발행됐다. 그러나 그의 삶은 가난의 연속이었다. 제주도 서귀포시 어느 문간방에서 생활할 때 돈이 없어 쌀을 제대로 살 수도 없었다고 한다. 물론 문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담배 살 돈이 없어서 남이 피우다만 꽁초를 주워 피웠다고 해서 호가 공초라고 하는 문인도 있다. 

이중섭은 화선지 살 돈이 없어서 담배를 피운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다. 그것이 현재 그림 경매 시장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황소 그림이다. 그는 방세를 낼 돈이 없어서 대신 그림을 주인에게 줬다고 한다.  

이런 어려움은 지금도 예외가 없다. 예술인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이 시대에 가장 절실한 문제다. 메세나 운동 역시 그런 방법의 해결책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예술인들도 대부분 예술만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책을 내지 못하거나 전시회·공연을 기획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은 없는 것일까. 
울산의 경우를 보면 울산시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예술 활동이 불가능하다. 산업수도의 예술에 대한 민낯이다. 예술인은 가난해야 한다는 말은 이미 상식이 아니다.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

시민들이 예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스스로 자생력을 가지는 예술가집단이 생겨나야 하고 위기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 작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탄탄한 기획력이 뒷받침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울산의 기업들이 예술인들을 위해 메세나 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먼 미래를 위해서 기업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최근 포르투갈 리스본시 문화예술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 도시에서는 기업들이 예술인들의 예술 활동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했다. 행정기관도 예술인이 거주하는 지역에 별도로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부러웠다. 그러고 나서 울산의 현실을 떠올렸다. 암담한 현실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최초의 공단도시로 조성된 울산은 1997년 광역시 승격과 함께 대한민국 산업수도로서 이미지를 굳혔다. 이 지역에서 생산 활동을 하는 기업들이 먼저 나서서 수시로 예술과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먹고 살 수 있는 예술 활동을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할까를 심각히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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