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했던 시리아 화학 무기 공격
두마 아이들 희망같은 동화 짓밟아
남은 생존자만큼은 동심 지켜지길 

 

송광용 백합초 교사

안네 프랑크의 가족은 독일 나치의 박해를 피해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사무실 뒤 은신처에 2년 동안 숨어 지낸다. 「안네의 일기」는 안네의 가족이 게슈타포에게 발각돼 수용소로 옮겨지기 전까지 2년간의 기록이 사춘기 소녀 안네의 섬세한 감성으로 기록된 책이다. 

안네의 가족들이 죽음의 공포를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마수가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지내는 것이었다. 불편함과 두려움을 이기며, 그저 생존하기 위해 몸을 숨긴 것이다. 그마저도 누군가의 밀고로 안타까운 끝을 맞이했다. 하지만 밀고가 없었더라면, 게슈타포의 눈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고전「안네의 일기」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세계에 나타나 칼을 휘두르는 눈 먼 살인자를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여자도, 아이도, 노인도 가리지 않는 그 살인자 앞에서는 몸을 숨기는 노력도 소용이 없다. 바랄 수 있는 유일한 행운은,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것뿐이다. 

오, 시리아! 압제의 땅에 서러운 울음소리가 또 들려왔다. 지난 4월 7일 시리아 동구타 두마에 화학 무기 공격으로 70명이상이 숨졌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500명 이상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염소 가스로 추정되는 화학 무기는 공기보다 무거워서 지표면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건물 위층이나 옥상으로 대피해야 한다. 두마는 얼마 남지 않은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마을 중 하나로, 시리아 정부군의 폭격이 잦은 곳이었다. 그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지하 대피소에서 숨죽이며 생활하고 있었다. 두마에 떨어진 화학 가스는 살기 위해 지하에 숨어 있던 아이들과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었고 그곳은 그야말로 생지옥이 됐다. 

뉴스에서 소개된 구호요원의 목격담을 들으면 그 참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한 어머니는 입에 거품이 가득한 채, 숨진 두 딸을 안고 죽었다. 어떤 건물에선 35명이 한꺼번에 죽어 있었는데, 영화에서조차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질식해 죽은 아이 2명을 안은 아버지가 다리를 끌며 다가오는데,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죽은 아이들에게 정신없이 키스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것 외에도 끔찍한 증언과 장면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이번 화학 무기 공격으로, 가스 냄새를 차단하기 위해 방에 들어가 있던 여성과 어린이들이 많이 사망했다고 한다. 눈 먼 살인자인 화학 무기가 무섭고 끔찍한 것은, 갓난아기에게도 최소한의 자비나 인정을 베풀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학 무기 공격으로 죽어간 아이들의 사진들을 보고,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폭격을 피해 지하에 숨어 있던 두마의 아이들은 그 지긋지긋한 전쟁이 언젠가는 끝날 거라는 한 가닥 희망을 품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의 마음엔 ‘동화’가 있었을 것이다. 동화에도 갈등은 있고, 슬픔과 불행도 존재한다. 하지만 동화와 현실이 다른 것은, 그 해결 방식과 결말이다. 동화에서의 갈등과 불행은, 주인공의 지혜나 성실함, 그리고 용기로 극복할 수 있다. 동화의 끝에선 참고 인내한 사람이 합당한 보상을 받는다. 집을 떠난 주인공이 돌아오고, 악행을 저지른 악인은 벌을 받고, 용기를 낸 사람은 공주와 결혼을 한다. 잃어버린 가족도 찾고, 억울한 누명도 벗는다. 모든 슬픔은 사라지고, 주인공 앞엔 밝은 길만이 펼쳐진다. 

그 참혹한 환경에서도 가스에 질식해 죽어가는 순간까지 동화적 결말을 꿈꾸고 그렸을 아이들이 이제는 평안하기를 기도한다. 필자 역시 할 수 있는 일이, ‘동화’를 가슴에 품는 일 뿐이라는 사실이 비통하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명분하에 야만적이고 비이성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그에 합당한 결말이 있기를 바란다. 한 번 동화를 잃은 아이들은 커서도 ‘희망’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아직 남은 두마의 아이들, 시리아의 고통 받는 아이들의 가슴 속 동화가 지켜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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