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등 장애인 인권 계속 발전 중이지만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관련시설 폐쇄 목소리도
다양한 주거모델 만들어 장애인들에게 선택권 줘야

 

성현정 울산북구장애인인권센터장

요즈음 우리 언론의 주된 이슈는 4.27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성사와 판문점 선언, 그 결과에 따른 평화와 통일로 가기 위한 후속조치에 대한 것이다. 그 다음을 잇는 것이 6.13 지방선거에 대한 것이다.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을 것 같았던, 들불로 표현됐던 우리사회 적폐 중의 적폐로 볼 수 있는 위계와 권력에 의한 범죄인 ‘미투(Me Too)운동’은 어느덧 우리의 관심에서 사라지고 마치 특정 몇 사람이 목숨을 끊는 것으로 정리된 것처럼, 잠깐의 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우리사회 전반의 이슈들과 함께 장애인계의 이슈로는 그동안 장애인들의 발목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던 장애등급제 폐지와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우리사회 복지사각지대와 관련된 사건들을 논할 수 있다. 또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에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부양의무제 폐지, 온갖 비리와 학대, 인권 유린이 발생됐던, 수용시설로 인식돼 왔던 장애인거주시설 폐지, 중증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직종들로 공공일자리 1만개 요구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지금 서울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중심이 된 발달장애인국가책임제 요구와 활동지원인 가족허용 요구와 반대 등의 이슈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장애정도를 급수로 정하고 그 급수에 의해 복지행정과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고 있다. 1-2급까지를 중증으로 그 이하 급수는 경증으로 분류하는데, 중증장애인은 모든 제도의 대상이 되지만 경증장애인에게는 민간에서 제공하는 감면서비스 외에 제공되는 것이 없다. 그러다보니 장애인들에게 급수가 떨어지는 것은 곧 삶의 질 하락을 의미하므로 기를 쓰고 자신의 장애등급을 지키기 위해 재활의 효과를 최대한 숨겨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높은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연기를 해야 하는 등의 거짓을 일삼는 존재가 돼버렸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 비로 등급제 폐지이다. 기존의 장애 자체에 대한 등급이 아니라 서비스 필요정도를 측정해 개별 서비스 등급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현재는 1, 2급을 받아야 활동지원서비스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다면 등급제 폐지 이후에는 장애정도에 따라 둘 다 이용할 수 있거나 둘 중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등급제 폐지는 곧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정책 및 제도의 전반적인 개편을 의미한다.

장애인 관련 시설 폐쇄 문제는 장애인계 내부에서는 합의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아직 발달장애 가족을 두고 있는 입장에서는 시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다.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인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지역사회에서 차별이나 학대 같은 인권침해 상황에 노출되기 보다 안전한 쾌적하고 환경에서 전문가들로부터 보호받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한 축은 단순 특정한 유형이 아닌 여러 장애를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양이 필요한 정도의 중증장애인에게는 시설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지금과 같은 거주시설이 아닌 새로운 장애인 주거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애인에게는 시설이냐 지역사회냐를 단순히 선택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주거모델을 만들어 선택의 폭을 확대시켜 줘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주거모델을 누가 만들고 관리하느냐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요구하는 것이 국가책임제가 아닐까. 무엇이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선일까 하는 것은 사회의 변화와 당사자의 의식변화에 따라 함께 변하는 것이다. 고정된 틀로, 한가지 기준으로만 이것이 옳고 저것은 그르다는 식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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