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진입도 막혀…소방당국 "화물선 내부 연기·열기 빼는 게 우선"

2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항 1부두에서 화재가 발생한 5만t급 화물선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 선박은 리비아로 수출할 중고차 2천여 대를 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항 1부두가 5만t급 대형 화물선 화재로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21일 오전 9시 39분 불이 시작된 후 약 6시간이 지난 오후 4시까지도 현장에서는 진화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불이 난 곳은 인천항 1부두에 정박한 파나마 국적의 5만2천422t급 화물선 A호.

이 배는 길이 199m, 폭 32m, 높이 18m, 13층 규모로 창문과 출입구는 거의 없고 선미에 화물을 싣고 내릴 수 있는 대형 문만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소방대원들이 헬기와 차량을 동원해 뿌린 물은 화물선 내부 불에 닿지 못하고 달궈진 선체 외벽만 식히는 데 그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불은 화물선 11층 선두 부분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곳에는 중고차량이 몰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선미 부분은 연기가 비교적 덜해 소방대원을 투입했지만 열기가 심해 더 진입이 어려웠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썬 연기와 열기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자칫 무리해서 대원들을 화물선 내부로 투입했다가는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연기가 언제쯤 잦아들지 장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차량 5천700대를 한꺼번에 실을 수 있는 이 화물선에는 화재 당시 리비아로 갈 예정인 수출용 중고차 2천100여대가 실려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화물선 11층에 중고차 200대를 비롯해 1∼4층에 900대, 13층에 500대 등이 적재돼 있었다.

차량에는 휘발유, 고무 타이어, 합성 가죽 시트 등 가연성 재질의 부품이 상당히 많은 데다 차량이 다닥다닥 붙은 상태로 실려 있어, 불이 날 경우 크게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인천항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인천항 모 화물선 근로자 A(52)씨는 "차량 타이어에 불이 붙으면 내부에 있던 공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폭발한다. 이 폭발은 인근 다른 차량에 열기를 전하게 된다"며 "화물선 내부 차량이 다 타기 전까지 소방대원들이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방당국은 우선 화물선 내부의 연기와 열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화물선 외벽에 가로 1m, 세로 1m 크기의 구멍을 세 군데 뚫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구멍은 우선 화물선 내부 연기와 열기를 빼내는 용도로 사용하고 이후 소방대원들이 내부로 진입하는 통로로 이용할 계획"이라며 "연기와 열기가 모두 빠지는 시점은 현재 추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