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선전·고소 난무하는 6·13 선거판 안타까워
 서로 아끼는 마음 가져야 지역발전 이룰 수 있어
우리들의 따뜻한 삶 위해 올바른 인물에게 한표를

 

최은진 세무법인 충정 울산지사 대표세무사

5월 ‘가정의 달’이 지방선거에 푹 파묻혀있다. 감사와 사랑의 선물마저 선거라는 미명아래 퇴색되는 듯해 안타깝다. 그럼에도 6.13 지방선거판은 바짝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민심’이라는 이름으로 헤게모니 쟁탈전이 치열하다. 흑색선전과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벌써 과열 양상이 눈에 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판의 본성이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나 실망감과 함께 불신이 쌓인다. 

더구나 지금은 지역 경제가 최악의 상태로 내팽겨 처진 암흑의 터널 속에 있지 않은가.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한 단계 도약하는데 승부수를 걸어야 옳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안팎으로 벌어지는 다른 세상일에도 한번쯤 눈과 귀를 옮겨 보는 것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법 하다. 여러 이슈 중 한 기사를 상기해 보겠다. 

이 기사는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학교로 영어도서 295권이 도착했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 책들은 한때 이 학교에서 영어원어민 강사로 재직했던 고 사라(Sarah Constance. Dinell) 씨의 부모가 미국에서 보낸 책이었다. 사라는 미국 출신으로 2015년 8월부터 2016년 11월초까지 약 15개월 동안 염포초등학교에서 영어원어민 강사로 근무했다. 그녀는 울산에서 재임기간 중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사라 씨의 부모는 학생들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컸던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딸의 마지막 교육현장인 염포초등학교의 어린 학생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장학금 기부를 시작했다. 10년간 매년 1,000달러를 보내주겠다며 약속한 뒤 지난 2017년에 첫 장학금을 보내왔고 학교는 졸업생 5명에게 각각 20만원씩 1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사라 장학금’은 엄격한 장학생 선정 절차를 거쳐 앞으로 10년 동안 졸업생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올해는 사라 씨의 부모가 한국에 어린이날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제자들 영어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어도서 295권을 보내온 것이다. 동료 교사는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본교 원어민 영어강사로 근무하며 영어교육에 열정을 쏟았던 사라 선생님의 아이들 사랑이 고인이 된 뒤에도 아름다운 기부로 이어져 뭉클하다”고 전했다. 

어린 자녀를 둔 나의 마음도 먹먹해진다. 가식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평화로운 얼굴은 바로 잠자는 아기 얼굴이라고 했지만 사라 씨의 부모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터이다. 선거판이 요동치는 때인지라 그들의 가치를 소중히 간직하고픈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남극의 황제펭귄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추운 겨울밤을 이겨낸다고 한다. 황제펭귄들은 영하 50도에 이르는 추위와 휘몰아치는 눈폭풍을 견디기 위해 몸과 몸을 밀착시킨다.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동료의 등에는 새하얀 서리가 내리지만 동료들과 체온을 나눈 몸 안쪽은 따뜻하다. 가장 안쪽의 온도는 가장 바깥쪽의 온도와 무려 10도 가량 차이 난다. 안쪽에 있던 펭귄들의 몸이 녹을 때 쯤 외각의 펭귄들과 교대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허들링’이라 하는데 그들은 이런 동작들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서로 협력해 체온을 유지한다고 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비록 ‘허들링’이 무리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본능이라 해도 이들을 통해 서로를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을 배운다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 틀림없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6.13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아끼는 마음이 표출돼 지역발전의 밑거름으로 쓰여 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려면 오로지 정책과 공약, 인물과 도덕성을 잣대로 능력 있는 일꾼을 선택해야 한다. 지방자치와 지역발전, 우리의 따뜻한 삶은 깨끗한 한 표로 만들어질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