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발언 뒤 예정에 없던 기자들과 질의 응답 30분
트럼프 "한국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어서 아주 운이 좋아"
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65년간 끝내지 못했던 한국전쟁 종식시킬 분"

(노컷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은 예정에 없던 내외신 기자들의 즉석 질문 참여가 줄을 이었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두 정상의 공동 언론발표는 없었지만, 길게 이어진 질의응답으로 인해 사실상 두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이 연출되는 모습이었다. 

22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시작된 두 정상의 단독회담에서는 회담 자체보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더 길었다. 질의응답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짧은 모두발언이 끝난 직후부터 시작돼 약 30분간 진행됐고, 단독회담은 그 후 21분간만 진행됐다. 

통상 한국에서 진행되는 타 국가들과의 정상회담과는 다르게, 두 정상의 모두발언 통역이 끝나자 마자 외신 기자들이 'Mr. President!'를 외치며 질문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답을 하기 시작하자 한국 기자들은 처음에는 다소 당황했다. 

외신 기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한 적이 있냐", "김 위원장을 믿냐", "비핵화가 일괄 타결되기를 원하느냐, 단계적 점진적 방향을 원하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비핵화는) 일괄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위원장은 단언코 매우 진지하다", "북한 사람들은 매우 열심히 일하는 훌륭한 사람들이며 북미 양 정상이 합의에 도달하면 김 위원장이 아주 행복할 것"이라는 등의 말을 쏟아냈다. 

한 한국 기자는 "북한의 CVID가 이뤄진다면 미국은 정말로 북한의 체제보장에 나설 것이냐"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보장하겠다고 이야기해온 것"이라고 답했다.

두 정상의 칭창 릴레이도 펼쳐졌다. 한 한국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간 중재역할을 하는 문 대통령을 얼마나 신뢰하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굉장히 신뢰한다"며 "북한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굉장히 역량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참을 말한 트럼프 대통령은 마무리에 "과연 북한과의 협상이 잘 이뤄지냐, 안 이뤄질 것이냐는 두고 봐야 되겠다"며 "하지만 한국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어서 아주 운이 좋다"는 말을 더 덧붙였고 현장에서는 웃음이 크게 터졌다. 

그는 문 대통령을 돌아보며 "내가 잘 (답변)했나. 이 이상 잘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 띄워주기에서는 뒤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이끄는 분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의 극적인 대화, 긍정적인 상황 변화를 이끌어내셨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께서 북미정상회담도 반드시 성공시켜 65년간 끝내지 못했던 한국전쟁을 종식시킬 것을 확신한다"고 추켜 세웠다. 

그러나 두 정상간 대화에 서로 다른 기류가 읽히면서 살짝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에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보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다음에 태도가 조금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을 "세계 최고의 도박사, 포커플레이어"에 비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주장을 한창 이어간 뒤 문 대통령을 향해 "문 대통령께서는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만남에 대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다"며 "그런데 아마 문 대통령께서는 조심하셔야 될 부분이 있겠다. 왜냐하면 북한과 바로 옆에 사니까"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곤경에 빠뜨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의견이 있으면 말을 하라'며 답변 기회를 건네자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이 과연 실현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미국 내에 있는 것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과거에 실패해 왔었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비관한다면 역사의 발전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생각을 밝혔다. 

깜짝 기자회견은 약 30분간 진행된 뒤 트럼프 대통령의 농담으로 끝이 났다. 그는 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을 하자 "통역이 필요 없겠다. 왜냐하면 좋은 말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농담을 하며 기자회견을 끝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과 함께 워싱턴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는 멜라니아 부인이 최근 신장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데 따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부인 카렌 펜스 여사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냈다. 

두 여사는 워싱턴에서 가장 오래된 저택이자 미국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자민 헨리 라트로브가 설계한 디케이터 하우스를 방문해 함께 전시를 보고 오찬을 함께 했다. 김 여사는 펜스 여사에게 멜라니아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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