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협의회는 23일 동구 현대백화점 광장에서 '조선업살리기 촉구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경훈 기자

“근로자 3만5,000명에서 이제 1만3,000명 남았다. 정부가 마중물만 있으면 회복 가능한 현대중공업을 그저 지켜만 보는 건 울산의 눈물과 땀, 처절한 외침을 묵살하는 것이다.”
정부가 조선업계의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한 이후 울산에서는 현대중공업의 공공선박 입찰 참가 제한 유예를 촉구하는 첫 도심 집회가 열렸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협의회(이하 협의회·회장 이무덕)는 23일 오후 현대백화점 울산 동구점 분수광장에서 정부의 조선산업 발전전략에 현대중공업을 포함시켜달라고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는 근본적 대책부터 세워서 도사 직전인 지역기업과 주민을 생각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행사에는 협의회 관계자,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동구협의회, 동구전통시장 상인연합회, 소상공인 등 1,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고용위기 지역이면 정부혜택 같이줘라’ ‘위기지역 웬말이냐 혜택본거 하나없다’ ‘입찰제한 유예해 조선위기 극복하자’ 등 현수막이 걸렸다. 같은 내용의 호소문을 든 회원들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정부가 지난달 이례적으로 통 큰 지원책을 내놓으며 조선업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나섰으나, 현대중공업은 정부 발주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 정부는 △2020년까지 선박 200척 이상 발주 △올해부터 내년까지 5조5,000억 원 규모로 40척 이상 공공발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2013년 UAE원전부품 사건으로 인해 내년 말까지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이번 사업에선 직접적인 수혜기업으로 떠오르지 못한 실정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발언대에서 여러 이유를 들며, 정부가 입찰제한을 유예해 더 이상의 구조조정을 막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무덕 협의회장은 “이번 공공선박 발주는 지역의 조선업위기탈출을 위한 깨소금 역할이라 믿었다”며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일부 단체에서는 협의회의 이 같은 제안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하는데 안타깝다”며 “지금의 작태를 전면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잠깐의 보릿고개를 넘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각부 회장을 대표해 발언대에 선 정사균 조선사업부회장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있듯이 당장 7월이면 3,000여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며 “실업률 감소를 골자로 하는 정부 발주사업에 포함시켜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문 외식업 동구지부장도 “시기가 어려운 만큼 주민도 중소상인도 한 마음이 돼야 한다. 정부는 현장에 방문해 주민과 어려움에 처한 영세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시민 김 모(39·동구 서부동) 씨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뉴스를 통해 접했지만, 또 다시 근로자들과 주민들은 더 이상 어떤 탈출구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앞서 협의회는 지난달 24일부터 ‘일감이 없습니다. 조선산업 발전전략에 현대중공업도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내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 중이다. 이다예 기자
한편, 민중당과 정의당, 노동당 등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진보3당 후보자들도 이날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이 아닌 노동자들에게 일감을 줘야한다”며 “조선 공공 발주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정부의 전향적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의 태도는 규탄받아 마땅하지만 조선산업 경기침체로 위기에 빠진 지역상황을 감안해 달라”며 “중공업 노동자들과 동구주민이 국가 경제 성장에 헌신해 온 과거를 돌아봐달라”고 말했다. 이다예 백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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