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경영정상화로 발등에 불끈 정부
주민생활 안정보단 정권 우선인 북한
국가 발전 위해 먼저 기업환경 개선을

심형석영산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숱한 난항을 겪었던 한국GM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본격화됐다. 산업은행과 GM이 기본계약서를 체결했는데 그 내용 중 한국정부는 GM에 10년 확약 조건, 10년간 한국을 떠날 수 없도록 묶어 두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언론들은 최소 10년간 GM의 먹튀를 막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과연 그럴까. 여러 가지 허점이 있고 호주의 사례를 살펴보면 100%란 없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우리의 비토권 또한 자산매각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지, 한국 공장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김정은정권의 몽니로 인해 한국과 미국이 당황하고 있다. 북한의 정확한 생각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언행을 조심하면서 초긴장상태를 유지 중이다. 김정은의 생각은 단순하다. 체제의 안정을 보장받자는 것이다. 미국과의 핵협상도 북한주민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폭압적인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최근 정권의 역린을 건드린 두 가지 사건들이 이들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식 핵협상은 정권을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고, 태영호 前공사의 국회 기자회견 또한 최고 존엄과 체제를 비방한 것이다. 청와대는 어렵게 살고 있는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어보자는 것이 김정은의 남북, 미북 정상 회담의 목표라고 강변하지만 최근의 몽니를 살피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다.

 왜 남북한 정권들은 아직도 잘못된 신화에 사로잡혀 있을까. 외국기업을 계약으로 묶어 둘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본인들의 체제 보장을 왜 다른 국가에 담보할까. GM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본인들의 경영 전략적 판단에 의해 움직이지 한국정부나 산업은행과 맺은 계약을 금지옥엽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이 글로벌 전략에서 필요하면 계속 사업을 진행할 것이고, 필요 없다면 미련 없이 철수 또는 구조 조정할 것이다. 이들이 한국에 계속 머물러있기를 원한다면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해답이지 두꺼운 계약서를 들이밀 일이 아니다. 경영이 잘되고 수익이 나는 국가를 떠날 정도로 GM은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정부를 붙잡고 제발 한국에 있고 싶으니 어떻게 좀 해달라고 애원할 것이다.

북한의 체제보장 또한 한국과 중국도 할 수 없으며 미국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북한이 겉으로 내세우는 체제보장은 외부로 부터의 위협이다. 허나 핵을 가진 북한과 전면전을 벌이려는 국가 또한 상상하긴 힘들다. 미국의 여러 군사작전도 단계적, 순차적일 가능성이 높다. 코피작전을 써본 후에 도저히 안 되면 전면전에 상응하는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미국을 향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는 가정 하에서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미국이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과 도박을 하겠는가. 그렇다면 북한의 체제보장은 궁극적으로 내부의 문제다. 주민들이 못살겠다고 들고 있어나는 상황이나 집권층의 이반 또는 쿠데타 등이 그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상황을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한국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리비아 또한 내부의 정치적·민족적 갈등을 카다피가 철권통치 등을 통해 통제하다 소위 ‘자스민 혁명’, ‘아랍의 봄’으로 무너진 것이다.

북한의 체제보장은 궁극적으로 내부 문제이며 북한만이 할 수 있다. 모든 협상과 정책은 목표가 명확하고 단순해야 한다. 김정은이 체제를 보장받고 싶다면 북한에 맥도날드나 스타벅스가 들어가서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된다. 북한에 미국의 유명 프랜차이즈가 성업 중일 정도이면 그 정권은 이미 안정화됐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은 적절한 수준의 개방과 투명성이 없으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 과거와 같이 정부의 말을 일방적으로 들을 가능성 또한 없다. 북한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다면 이미 북한은 정상국가로 변모했다는 말이다. 더 이상 체제보장을 구걸할 이유가 없다.

국가나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기업이 부자나라, 부자도시를 만든다. 한국정부는 GM이 떠날 것을 두려워해 두꺼운 계약서를 만들지 말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북한정권 또한 마찬가지다. 체제보장을 중국이나 미국을 번갈아 가서 구걸하듯이 해결할 일이 아니라 북한 내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된다. 기업 중에서도 글로벌 기업임은 더 말한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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