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 중구 태화강둔치에서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직원들이 로봇을 활용해 재난현장의 과학조사 종합훈련을 하고 있다.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한 강진과 수 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화재 등 잇따른 대형재난 이후 안전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훈련’이다. 기존에는 형식적인 훈련에 그쳤다면, 대형재난과 지진 이후 훈련은 보다 활성화됐다. 건축물에 대한 안전성과 지진방재 정책도 강화됐다. 방재의 날(25일)을 맞아 대규모 지진 등 최근 잇따른 재난 이후 울산의 복합재난 대응훈련과 방재대책, 시민들의 의식변화 등을 점검해 보았다. <편집자 주>

1. 시민들이 함께하는 재난훈련

올해로 14년차를 맞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이달 8일부터 18일까지 울산 전역에서 실시됐다. 이 훈련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과 일반국민들이 직접 참여해 재난 대비 역량을 점검해 보는 범국가적인 훈련이다.

#각본 없는 시나리오 ‘안전한국훈련’

이번 훈련은 형식은 물론 내용 모두 예년과 달랐다. 올해는 훈련기간이 1주에서 2주로 늘었고, 울산도 공공기관·민간단체 등이 참여했다. 특히 정해진 날짜와 시간대에 형식적인 매뉴얼만 수행하는 기존훈련을 탈피한 ‘불시훈련’이 도입됐다. 각 구·군은 대형화재와 지진으로 인한 복합재난을 대비해 예고 없이 훈련을 실시했다.

각 지자체별로 열린 불시 훈련 현장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민원업무를 보던 시민들은 갑자기 울린 대비방송에 우왕좌왕했다. 그래도 기존에 하는 둥 마는 둥 시늉만 하는 훈련에서 확실히 탈피한 모습이었다. 청사에 있던 시민 대부분이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대피했다.

현장 관계자는 “직원들은 비교적 침착했지만, 민원인들은 많이 당혹스러워했다”며 “하지만 대형재난 이후 시민들도 훈련에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시민 참여기회 여전히 부족

이번 훈련에서는 시민들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구·군별로 민간이 많이 이용하는 건축물을 1개씩 지정하고, 중점적으로 지진대피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남구 장생포고래박물관, 중구 장현동 골드클래스 아파트, 동구 방어진 제일교회, 북구 연암동 대영교회, 울주군 온산 문화체육센터 등에서 지진대피훈련이 진행됐다.

대형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롯데마트 남구점, 동천체육관, 진장동 하나로마켓, 유니스트 등에서 민간다중이용시설 화재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해에 비해 민간시설물의 재난대응 훈련이 한층 강화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공동주택을 포함해 사람들이 모이는 영화관, 백화점 등은 여전히 재난대응 훈련이 미비한 실정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의 훈련지짐이 강화되고 있고, 올해를 기점으로 울산지역 민간시설물의 참여도도 늘었다. 아직 훈련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대형재난 이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훈련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정 주민들에 국한되지 않고 더 많은 시민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훈련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 재난 훈련도 첨단화

지난 17일 오후 태화강둔치에서는 열린 국립재난안전원 주관 복합재난 상황 훈련도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날 훈련은 지진 피해로 일어난 복합재난 상황을 가정한 것이었다. 특히 첨단장비를 통해 재난현장을 조사하는 테마로는 전국에서 처음 진행됐다. 재난현장 원격 조사훈련, 환경·화학사고 피해조사 훈련, 구조물 안전성 평가훈련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훈련에서 눈길을 끈 것은 로봇장비였다. 이 로봇들은 탱크 모양의 장난감 같은 외형과 달리 지진 등 대형 재난 현장에서 선봉대 역할을 맡은 최첨단 장비다. 특수조사차량은 태화강 둔치 인근을 빠르게 촬영해 지반 함몰 위험은 없는지 구조해야 할 사람은 있는지 등 각종 데이터를 조사했다.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20여명이 모여 있는 현장을 사진처럼 파악해 보여줬다.

로봇 첨단장비는 포항지진 때 활약하기도 했다. 2차 붕괴 등 위험으로 연구원과 구조대가 섣불리 들어갈 수 없는 건물에 투입해 전수조사를 벌였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정군식 팀장(재난원인조사실 과학조사팀)은 “붕괴 등 위험으로 그 전에는 구조물을 관망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초기에 첨단장비를 투입해 정보수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성 확보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첨단장비 훈련을 통해 재난으로 인한 피해확산 방지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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