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실 속에서 앞만 보지 말고 주위를 둘러보자
결과 아닌 과정에서 기쁨 추구할 때 가장 행복해져 
사소한 행복 발견할 때 삶은 한결 더 여유로워질 것

 

이춘실 고래문화재단 상임이사

최근 신문을 펼치거나, TV를 틀면 하루가 멀다 하고 큰 이슈들이 등장한다. 판문점 남북정상 회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북미 정상회담 예정 등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한반도 상황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이뿐만 아니다. 한 달여를 앞두고 있는 6.13지방선거로 거리 곳곳 소위 말하는 명당자리는 후보자들의 선거현수막으로 뒤덮여있다.

이런 일들에 자연스레 관심은 물론 촉각을 세우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너무 큰일들이 한꺼번에 겹쳐 일어나서 그런지 우리네 하루하루 생활은 커다란 그늘에 묻혀버린 느낌이다. 이럴 때일수록 인생의 주인공인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게 한 번쯤 뒤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를 쓴 김정운은 ‘결과로서의 행복론’과 ‘과정으로서의 행복론’을 이야기 한다. ‘결과로서의 행복론’은 조건이 채워진 결과로서의 행복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건을 채우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이 문제이다. 월세에서 전세로 옮기고, 내 이름으로 된 작은 아파트만 가져도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지만, 곧 더 큰 평수의 아파트가 눈에 들어오면서 자신의 현 상태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기 시작한다. 결과로서의 행복론은 사람을 영원히 불행하게 만든다. 항상 새로운 조건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과정으로서의 행복론’은 어떤 조건이 이뤄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조건을 이루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소꿉놀이로 해 넘어가는 것도 모르고, 저녁을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놀았던 추억을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운동이나 문화예술 분야도 프로들은 운동이나 예술 활동이 그들의 직업이자 능력과 실력을 평가받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마냥 즐겁고 생활에 활력을 주는 삶의 한 요소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과 예술 활동을 하는 동호인들은 그 운동과 활동을 즐긴다. 때문에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과 예술 활동에 참여 할 때는 항상 즐겁고 자신이 하는 일이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때 가장 행복하다. ‘과정으로서의 행복론’을 가진 사람은 ‘결과로서의 행복론’을 가진 사람에 비해 쉽게 행복해질 수 있다.

하얗게 갓 핀 아카시아 꽃의 상큼한 향기가 우리의 후각을 자극한다. 향기가 사라질 쯤 바닥에 떨어지는 하얀 꽃송이는 눈꽃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하고, 더위를 느낄 때쯤이면 싱그러운 푸른 잎이 우리를 시원하게 감싸준다. 수많은 식물 중 아카시아 꽃 하나만 보아도 인간의 손으로, 능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자연의 신비이고 엄숙한 과정이다. 이 신비로운 과정을 우리는 건성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꽃이 피었으니 봄이구나, 꽃이 지고 푸른 잎이 그늘을 만드니 여름이 왔구나’하고 결과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고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도 작은 일, 사소한 일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것은 본래 착한 우리의 본성을 찾아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앞만 보고 가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은 주변을 둘러보고 작고 사소한 것에서도 작은 행복을 느껴보자. 크고 웅장한 것들이 관심을 받고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본다 해도, 그것들 역시 작고 사소한 것들이 모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너무나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실이다. 우리 삶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인데 이를 망각하고 오늘 하루도 힘들게 허덕이고 있지는 않는지. 

요즘 서점에 들러보면 ‘20대에 알았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 ‘4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 ‘백년을 살아보니’ 등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다시 그 시절을 산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회한을 쓴 책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 당시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아쉽고 후회가 되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인디언들은 한참 길을 걷다가 가끔씩 문득 멈춰 가만히 서 있는다고 한다. 빨리 걷는 동안 미처 뒤따라오지 못한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는 것이란다.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아무리 바빠도 현실이 힘들어도 한 번쯤은 뒤돌아보면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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