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후보 비난하고 감성에 기대는 선거운동 벗어나
기로에 서 있는 울산 경제 정책과 예산 조달 방안 등   
지역현안 맞춤정책·해결방안으로 유권자 설득해야

 

이민호 변호사

6·13 지방선거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거리 곳곳이 저마다 자신을 뽑아달라는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으로 연일 시끌벅적하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도 선거 때만 되면 이런 모습인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지나치게 소모적인 방식의 선거 행태인 것 같아 개선책은 없을까 궁리해보게 된다. 이번에도 조용한 정책 선거가 아니라 얼굴 알리기, 이름 알리기, 인사 잘하기 대회로 선거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 같아 마음이 심란하다.

필자는 과거 울산 중구선거관리위원과 울산시 선거방송토론위원을 역임하면서 각종 선거 관련 입후보자들의 정견과 공약을 직접적으로 접하고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었고, 선거관련 패널로 방송토론에 나가보기도 한 경험이 있어 당이나 인물의 이력보다는 항상 후보자들의 선거공약 등 정책적인 부분에 습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그것은 필자가 아무래도 무언가를 따지기를 좋아하는 변호사라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도 이제는 예전과 달라서 단지 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찍거나 막연하게 누군가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투표하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명함을 돌리고, 트럭을 타고 다니면서 음악을 틀어대고 시끄럽게 메가폰으로 이름을 알리고, 인사를 잘하는 수준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감성적 선거 운동보다는 우리 울산에 필요한 인물이 왜 자신이어야 하는지를 이성적으로 설득하는 내용의 정책 선거 운동이 이제는 자리 잡을 때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선거 입후보자들의 수준은 이미 선진화 된 시민들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울산의 구체적 현안이 무엇인지, 그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그 해결책에는 어떠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그 예상은 어떠한 데이터에 근거하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예산을 조달할 것인지, 시민들의 세 부담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정책에 반대하거나 피해보는 시민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안이 있는지 등을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고, 시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들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후보자들이 이러한 자료들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 것인지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의문이 들 뿐이다. 후보자들로부터 제기되는 여러 주장들은 많지만 과연 그것들이 울산의 현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인지도 의문이고, 주장되는 정책들에 대한 예산이나 조달방안, 해당 정책의 명암에 대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자료제공이 충실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방검사장 선거도 아닌데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는 막연한 정치적 구호나 상대방의 잘못을 비난하고 깎아 내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당선자, 낙선자 불문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서로 비난하고 흠집 내기에만 급급하면서 상대방의 각종 비리의혹 등을 제기해 시민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거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최고의 인물을 뽑는 것이 아니라 최악이 아닌 사람을 뽑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시민들은 누가 덜 못났나를 가려내는 선거는 이제 그만하고 누가 더 그 자리에 적임자인가를 가려내는 선거를 하고 싶다. 

울산은 현재 경제적으로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각자가 내세우는 정책들과 울산 현안 관련성, 예산의 조달방안을 정확히 시민들에게 밝혀주는 것에 집중해주길 바란다. 상대 후보들에게 묵과할 수 없는 비리 의혹이 있다면 처벌은 검찰과 경찰에 맡기고,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만이라도 조용한 정책 선거 운동에 집중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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