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소비 기회가 끝없이 제공되는 사회
기회의 풍부성으로 가늠되는 경제 발전
지속가능한 기회 창출 고민 뒤쳐진 울산
밭 일구고 씨 심듯 기회를 생산해 나가야

박남기울산발전연구원 전문위원

한 사회의 경제는 단적으로 ‘버는 것’과 ‘쓰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한 사회가 경제적으로 발달된 사회라고 한다면, 그것은 그 사회 구성원들이 ‘잘’ 벌기도 하고 ‘잘’ 쓰기도 하는 사회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소득과 소비가 선순환이 되면 사회는 경제적으로 선진화되고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이러한 선순환이 얼마나 지속가능한가는 그 사회의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와 같다.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본다면, 잘 벌고 잘 쓰는 것은 ‘버는 기회’ 그리고 ‘쓰는 기회’가 얼마나 제공되는 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소득과 소비의 기회가 다양하고 끊임없이 제공되는 사회는 수많은 경제활동인구의 유입을 유인하며, 청장년층 중심의 인구 증가를 기대하게 한다. 소득의 기회는 구매력의 기회로 연결되고, 소비의 기회는 만족의 기회로 연결돼 사회 전체의 후생복리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사회의 경제 발전은 그 사회가 지니고 있는 기회의 풍부성으로 가늠될 수 있다.
한편으로 기회는 개인과 사회가 공생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반적인 자원의 부존 여부를 자연발생적인 원인으로 본다면, 기회의 부존 여부는 문명발생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문명이란 사회구성원이 사회를 통해 만든 여러가지 정신적 혹은 물질적 발전의 총체로 정의되므로 경제활동의 기회는 사회구성원과 사회가 상호 합의과정을 통해 제공하는 하나의 문명 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기회의 풍부성은 사회의 의사결정 수준을 통해 결정되며 기회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풍부하는지에 따라 그 사회의 가치도 평가된다. 경제적으로 건강하게 발달하는 사회는 사회구성원들이 사회의 의사결정자들에게 필요한 기회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사회이다. 그리고 동시에 사회의 의사결정자들이 경제활동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제공하는 사회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인구 8만에 불과했던 읍내에서 현재 인구 116만의 광역시로 변모한 울산은 누구에게나 기회의 땅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70~80년대 기회를 쫓아 울산지역으로 온 수많은 청년들은 산업현장의 역군이 되어 울산을 국내 최고의 소득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였다.

그러나 그 후 40년이 훌쩍 넘은 요즘의 울산은 제조업 중심의 기회들이 거의 고갈된 상태로 이제 접근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그동안 울산시에 제공됐던 기회들이 마치 자연발생적인 산물인 것처럼 인식했기 때문에 기회 창출에 대한 사회와 구성원의 노력이 미흡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기회가 감소되기 이전부터 고민했어야 할 ‘지속가능한 기회 창출’의 문제를 기나긴 배부름 속에서 시기적으로 늦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남는다.
지방선거가 마무리됐다.
새롭게 선출된 리더들이 어떻게 울산시를 보다 더 기회의 땅으로 만들 것인가에 우리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경제활동의 기회는 단기간 내에 제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받을 만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일정 이상의 투자 기간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양의 재원투입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러한 관심과 이목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늘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산업화로 인해 손쉽게 기회를 얻었다면 이제는 곡괭이로 밭을 일구고 씨를 심듯 기회를 생산해야 할 국면임을 항상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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