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의 명화 ‘이삭줍기’는 노인과 미망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만 이삭줍기라는 일을 제한했던 ‘노인 일자리 보장’의 명품이다. 업으로 삼고 있는 모든 노동을 국어사전에서는 ‘일’이라고 했다. 일벌은 생식기능도 없이 평생 집을 짓고 애벌레를 기르고, 꿀을 치는 일을 하다 죽게된다. 일밖에 몰랐던 선진국 일본인들을 한때 ‘일벌레’라고 비아냥 거렸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벌레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연간 일(노동)하는 시간은 2,052시간(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2,348시간) 다음으로 길다.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3달러로 22개 회원국중 17위다.

7월1일부터 근로자의 1주일간 일하는 시간을 지금까지의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정부는 생산성이 낮은 한국의 취약한 노동구조를 혁명적으로 바꿀 기회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위반할 경우 벌금 또는 징역에 처할 정도로 처벌 규정이 엄격하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근로시간과 노동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불안감이 크다.

애초부터 ‘일하는 시간’과 ‘일’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종과 직무에 따라 업무형태는 천차만별이다.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흡연시간은 대체로 일하는 시간으로 보지만, 회식은 근로시간이 아니다. 담배를 피우고 있을때는 윗사람의 연락을 받고 바로 일하는 자리로 돌아갈 수 있지만 회식은 윗사람이 참석한 경우에도 근로계약상의 노무제공의 일환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일을 위해 필요한 준비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그러니 한국 직장인들은 무엇이 일이고, 무엇이 일이 아닌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영업사원이 고객사 직원과 술을 마실 때도 꼭 필요한 일인지 따져봐야 한다. 기성세대 일꾼들이 철석같이 일이라고 믿었던 수많은 것들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새 법과 제도의 시각에서 보면 미련하게 일과 삶을 구별 못하는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에 역행하는 인생을 산 것일 수도 있다. 당신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지금 담배 피우는 일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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