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요,
돌담장 구멍사이로 
삼촌 같은 맏오빠를 불렀다

언니는 외출 중

나는 돌꽃 잘 다듬어진 담장 
속을 기웃대고 있다 

한 올마다 정성스레 
물 바른 머리

하얀 계단들과 계단들
숱한 눈썹 같은 수줍음 감추고 있지

오르락내리락 명절떡살은 
절구통 같은 골목길 따라 꿀렁이고 

우기에 반짝,
막 내리는 반나절

 

조 준 시인

◆ 詩이야기 : 작년부터 일 년에 한 번, 이웃에 시집과 떡을 돌리는 일에 합류했다. 시집 한 권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뛰어 전날은 잠을 설쳤다. 
“계세요?” 인기척에 한결 같게 맏오빠만 있다. 유일한 몸치장은 담배파이프, 문고리에 걸어둔 시집은 고이 모셔두고 담배 한 대 꽉 진 손은 흔들림이 없었다. 선한 마을사람들은 집 앞 계단 같은 경계를 넘어 스스럼없이 백설기 한쪽과 시집 한 권을 덥석 받아주었다. 투박한 그 손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다.  
◆ 약력 : 2017년 계간 『사이펀』 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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