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쇄신을 위해 21일 두 번째 소집한 의원총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정면 충돌했다.

전날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은 “계파 갈등과 이해관계에 따라서 분열하고 또다시 싸워야 하는 구조는 제 직을 걸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계파 갈등은 이미 재현된 모양새다.

당 쇄신의 핵심은 ‘인적청산’인데 당내에서는 계파 갈등을 피하려면 강제적인 인적청산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과연 국민이 수긍할만한 인적청산 작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한국당 내 계파갈등은 지난 19일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박성중 의원의 메모가 발단이 됐다.

당시 박 의원의 메모에는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등등 박명재, 정종섭’,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박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자신의 메모에 대해 “‘친박들이 당권을 장악하려고 노력한다. 당권을 잡으면 우리(복당파)를 칠 것이다’라는 한 모임 참석자들의 우려를 간단히 메모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의원의 메모에 이름이 거론된 친박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장우 의원은 “있지도 않은 사실로 당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고, 김진태 의원도 “박 의원이 계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박성중 메모’ 사건에 대해 윤리위원회 조사를 거친 후 조처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국당이 당 쇄신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묵은 계파 갈등을 반복하면서 인적청산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금까지 한국당에서 불출마 또는 탈당 등 2선 후퇴 의사를 밝힌 의원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과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김정훈·윤상직·정종섭 의원 등 모두 5명이다.

김정훈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장·차관을 지냈거나 청와대 수석 이상을 했던 사람 △당 대표와 당3역(원내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을 했던 사람 △계파 활동을 중추적으로 했던 사람 등을 쇄신 대상으로 적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원은 선거 패배 이후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잠행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시점에 계파 갈등 또는 인적청산 운운하는 것은 공멸로 가는 자살행위”라며 “의원들 손에 든 비수를 내려놓아야 한다. 졸렬한 계파 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의총에서 “우리의 곪은 환부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저 자신부터 수술대에 제일 먼저 드러눕겠다”며 대대적인 당 쇄신 의지를 강조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당 쇄신안 마련 과정에서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문제삼으며 김 대행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당내 인적청산 작업은 자발적인 불출마 또는 탈당 선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당초 공언한 혁신작업은 ‘미풍’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의총에는 전체 112명의 의원 가운데 8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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