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최근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크게 늘었다. 공단이 많은 울산에서 나는 악취는 아무래도 찜찜하다. 어디서 나오는 냄새일까. 건강에 문제는 없는가. 취재 과정에서 측정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울산의 대기 중으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물질의 일부는 악취를 유발하고 있고, 건강에도 유해하다고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지적한다. 악취가 덜한 물질들은 경보음조차 주지 않아 오히려 더 위험하다. <편집자 주>

1. 울산 악취가 수상하다.

# ‘울산 악취’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광장’에 “울산광역시 전역의 악취를 조사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국민청원이 이달 초(9일)부터 시작됐다.

청원인은 “5월부터 울산에 걸레 썩는 냄새와 녹슨 물 냄새가 엄청나게 납니다. 이 악취는 남구를 시작해 중구, 북구, 동구, 울주군에 퍼져 있습니다. 최근 태화강 국가정원 승격예정으로 의해 조성되고 있더니만, 그것 전에 공기와 환경부터 관리해주시길 바랍니다. 홍보에는 생태도시라고 돼 있고 뭡니까? 빨리 조사해 주시길 바랍니다”란 내용으로 청원을 올렸다.

청원에 ‘동의’하며 올린 의견에는 울산시민들의 절실함이 그대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와 악취로 더운 날 창문도 못 열고 창살 없는 감옥입니다.” “안전하게 숨을 쉰다는 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차 운행하는데 가스 냄새나서 당황했습니다. 내리고 나서는 구역질 때문에 두 번 당황했습니다.”

아이들을 걱정하는 댓글이 많았다. “울산시민들을 도와주세요.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우리를 희생시키지 말아주세요.” “심각합니다.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나날들이 너무나 걱정스럽습니다.”

울산을 떠나고 싶다는 글도 있었다. “정말 절실해요. 타 지역에서 왔는데 평생 처음 맡는 냄새들이에요. 3년 넘게 살고 있는데 일자리만 아니면 당장 타 지역으로 가고 싶어요.”

야간과 주말에 몰래 악취를 내뿜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철저한 감시를 요구하는 글도 많았다. “야간과 공무원 없는 주말에 공단에서 배출을 합니다.” “비오는 날, 새벽 등 공단에서 몰래 내보내는 오염물질들로 스트레스가 옵니다. 제발 화학기업들 조사 좀 해주세요.”

악취 관리의 무능함을 지적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신고했는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답변만 하네요.” “여러 번 민원을 넣어도 돌아오는 답변은 공단 감시 잘하고 있다는 (답변만)...”

“국가 차원에서 조사해주세요. 울산 공단에서 나는 악취를 그러려니 받아들이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라는 글도 있었다. 이 청원에는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에 크게 못 미치지만 1,000여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참여했다.

# 봄~여름 공단에서 남풍 따라 오는 악취

악취의 원인을 따라가기 위해 구군별로 접수된 민원을 살펴봤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남구가 108건으로 구군 가운데 가장 많았다. 울산 전체 213건의 악취 민원 가운데 절반이 남구에서 접수된 것이다. 울주군은 36건, 북구는 37건, 동구는 19건이었고, 중구는 13건으로 가장 적었다.

시기별로 보면, 1월(신고건수 16건)에는 남구 야음동 일대에서 ‘유기용제(접착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많이 접수됐다. 2월(21건) 들어서는 남구 일대에 ‘유기용제 냄새’와 함께 ‘기름 냄새’, 3월(23건)에는 여기에 또 ‘썩는 냄새’까지 추가됐다. 4월(33건)에는 여러 가지 악취 신고와 함께 남구 장생포와 선암동 일대에서 ‘고무 같은 것이 타는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집중적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5월 들어서는 신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달간 지난 4달치와 같은 120건이나 들어온 것이다. 지역도 남구 전역을 비롯한 다른 구군까지 확산됐고, 냄새 종류도 ‘걸레 썩는 냄새’, ‘유기용제 냄새’, ‘타는 냄새’, ‘비린 냄새’, ‘복합 악취’까지 다양했다.

6월에도 24일까지 동구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고가 60여건 접수됐다.

울산 악취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공단이 인접한 지역에서 민원이 많았다는 점이다. 특히 남구는 시가지가 석유화학공단과 가까운데다 인구가 가장 밀집한 지역이어서 가장 많았다. 북구와 동구도 취약지역이다. 중구는 상대적으로 공단과 가장 떨어져 있어 민원이 적은 편이었다. 울주군의 경우 온산 등 온산공단과 가까운 주거지에서 민원이 집중됐고, 다른 지역에서는 축사악취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특징으로는 매년 5월부터 8월까지, 즉 봄~여름철에 민원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이때는 남풍 혹은 남동풍이나 남서풍이 분다. 즉, 공단에서 울산 시가지로 바람이 부는 시기다.

여기에다 온도가 높고 습도까지 높아 악취가 확산되는 최적의 조건이 형성된다. 악취는 통상 26~30도씨에서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치고, 60~80%의 높은 상대습도에서 민감도가 높다.

# 울산 악취는 화학물질 때문

악취는 단순히 불쾌감만 주는 것뿐일까? 울산지역에서 주로 나는 냄새의 원인 물질을 확인해봤더니, 화학 물질과 관련이 컸다.

특히 울산에서 발생하는 물질 중 사용 범위가 가장 광범위하면서도 유해한 것은 벤젠, 스타이렌, 톨루엔, 자일렌, 에틸벤젠 등 방향족탄화수소다. 울산에서는 정유공장에서 원유 정제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또 화학공장에서 원료나 용제, 첨가제 등으로 이용된다. 자동차 공장이나 조선소 등 도장공정이 있는 사업장에서도 쓰인다. 냄새는 종류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유기용제(접착제) 냄새’, ‘신나 냄새’, ‘(고무나 플라스틱) 타는 냄새’, ‘가솔린 냄새’, ‘가스 냄새’ 혹은 ‘단 냄새’로 표현한다.

이런 물질은 대기 중에 휘발돼 악취나 오존을 발생시키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으로도 분류된다. VOCs는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으며 여성 생리대 유해성 논란에서도 불거지는 등 환경오염과 인체유해성 문제에서 빠지지 않는다.

‘계란 썩는 냄새’는 황을 취급하는 제련공장이나, 제지공장, 정유공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황화수소다. 황화수소는 적은 양으로도 악취가 워낙 강해 심각하다고 느낄 정도면 대피하게 되니 상대적으로 위험성은 적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2016년 경북의 한 제지공장에서 황화수소 중독으로 2명의 목숨을 빼앗은 사례를 볼 때 결코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

‘걸레 썩는 냄새’나 ‘곰팡이 냄새’, ‘새콤하고 타는 냄새’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부틸알데하이드, 프로피온알데하이드 등 알데하이드류로, 도료제조공장이나 비료공장, 도금·도장공정이 있는 사업장 등에서 발생한다.

‘생선 썩는 냄새(비린내)’는 디메틸아민, 트리메틸아민, 에틸아민 등 아민류로 화학공장이나 비료공장, 축산사업장 등에서 배출된다.

이 밖에 ‘구린내’는 메틸메르캅탄이나 황화디메틸, ‘병원 냄새’는 페놀이나 크레졸, 락스 냄새는 ‘염화수소’, ‘신 냄새’는 아세트산이나 아크로레인, ‘지린 냄새’는 암모니아다.

화학물질은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어떤 식으로든 인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울산대 화학과 양성봉 교수는 “황화수소나 아민류처럼 악취가 강한 물질이 있고 상대적으로 약한 물질도 있는데, 악취가 강하면 대피라도 하지만 약한 물질은 농도를 알아채기 힘들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며 “물론, 황화수소와 같은 악취가 강한 물질이 농도가 높아진다면 인체에 해롭다”고 말했다.

김준형·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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