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의 ‘울산시장’ 시대를 앞두고 울산문화예술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변화를 갈망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다.

‘문화전문가’가 빠진 인수위원회 위원(복지문화분과) 명단에 실망하면서도 송철호 당선인이 그동안 ‘지원을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원칙의 문화정책 방향을 밝혀 온 만큼 문화행정이 사뭇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울산예총’이 주도하고 있는 지역 문화예술활동 분위기가 바뀔지 주목된다. 지역 예술계는 울산예총과 울산민예총으로 나눠져 있다. 규모면에선 보수 성향의 울산예총이 울산민예총보다 5배 가량 몸집이 큰 조직이다. 하지만 울산시의 지원 규모는 한때 20배(위탁사업 포함) 가량으로 독식이나 다름없어 그동안 형평성 논란이 많았다. 일부 문화예술인들은 울산예총에 가입해야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식까지 팽배해졌을 정도다. 이에 울산민예총은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을 토로해 왔다.

울산문화행정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설립한 울산문화재단이 제자리를 잡도록 하는 것도 송철호울산시장 당선인의 중요한 과제다. 20년을 끌다가 지난해 문을 열었지만 우려했던 대로 ‘시 사업소’로서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때문이다.

울산문화재단은 출범 첫해인 지난해 출범초기 열정에 힘입어 다양한 국비공모사업에서 선정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전국에서 제일 늦게 출발했음에도 최소한의 조직으로 만들어지면서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했고, 올해는 기존 사업을 수행하거나 정부사업을 대행하는 고전적 기능에만 충실하고 있다.

재단 측은 “일을 벌여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내실을 기하자는 분위기”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역문화예술계에서는 울산시의 간섭으로 울산시 문화예술과 사무실 일부를 옮긴 모양새가 돼버려 출범 2년도 안 돼 출범의 의미를 잃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울산문화의 컨트롤타워’로서 재단의 성공안착을 위해서는 조직 확대와 자율성, 독립성 부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송 당선인이 이번 선거에서 내건 문화공약은 △반구대암각화 보존 △생활문화예술 지원강화 △울산아트페스티벌 개최 △문화 창작 콘텐츠 진흥기반 구축 △예술인 창작지원 및 복지강화 △전문예술법인·단체지원 및 육성 △울산시립미술관 첨단화 △국제환경영화제 개최 등이다.

선거운동 기간 내 주장했던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은 물 관리 업무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일원화 되면서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울산아트페스티벌’의 경우 기존 음악축제 행사를 통합·확대한 대안이라지만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처용문화제 자체를 손대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국제환경영화제’ 역시 국내외적으로 난립하고 있는 영화제를 또다시 신설한다는 점에서 울주군이 '세계3대 산악영화제로의 도약'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산악영화제와 중복성이 보인다.

다만 ‘시민이 주인’이라는 송 당선인의 시정운영 방향에 걸 맞는 ‘생활문화예술 지원’은 위에서 내려오는 공급중심의 엘리트문화 심기가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향유하는 문화부터 지원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협회의 1회성 행사에 나눠주기식 지원이 아닌 개인과 문화예술교육 공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이란 예술의 전당에서 관람하는 낯선 클래식이 아니라 동네 문화센터에서 배우는 문화예술교육, 길거리에서 만나는 버스킹공연이기 때문이다.

결국 ‘송철호시대’ 염두에 둬야하는 문화행정 방향은 전문성, 독립성, 자율성 부여와 공급중심이 아닌 시민과 지역커뮤니티와 연계된 문화사업지원, 차별화된 지역특화사업 발굴, 시 산하 문화관련기관 수장의 전문인 배치와 위상(권한)강화 등을 꼽을수 있다.

‘문화’가 도시자원이 되는 시대다. 더디 가도 사람을 키우고, 사람과 함께하는 장기적 비전의 ‘생활문화’가 문화도시, 울산을 이끄는 지름길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