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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리 칼럼] 국가에너지정책은 미래를 보고 결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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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병주 UNIST 기계항공·원자력공학부 초빙교수
  • 승인 2018.07.03 22:30
  • 댓글 0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안전한 폐로 위한 사전준비 필요
정부 추진 중인 에너지 전환정책
에너지 안보 틀서 장기적 준비를

민병주UNIST 기계항공·원자력공학부 초빙교수

지난달 15일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한수원’) 이사회에서는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약 3년 전인 2015년 6월 12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제12차 에너지 위원회에서 의결된 고리1호기 영구정지에 대한 한수원 권고안을 발표했다. 한수원은 이 권고안을 받아들여 고리1호기에 대한 수명연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그 결과 고리1호기는 2017년 6월 19일부로 국내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이라 함)로는 최초로 영구정지를 하게 됐다. 그리고 약 1년 뒤인 2018년 6월 15일 한수원은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 당시에 부산광역시 시장을 비롯한 부산의 지역구 국회의원들, 그리고 부산시민들은 고리1호기의 폐로를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필자는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원전 폐로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필자는 원전은 안전한 운영도 중요하지만 영구정지 이후 안전한 폐로 또한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폐로방법, 절차, 비용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전의 폐로 추진에 필요한 사용 후 핵연료 저장을 포함한 고준위 폐기물 저장 방안들이 선행적으로 해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에너지 전환정책은 장기 에너지정책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전에 현실적인 대체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성급하게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은 국가 에너지 안보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금쯤 한번 더 정책의 현실성 및 적합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정책은 이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국외의 여러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환경과 기술을 포함해 현실적인 측면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결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한수원은 국민을 위한 공기업으로서 공적인 역할을 먼저 생각해야하며, 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정책의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릴 경우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원전의 폐로에 있어서도 중수로형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와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원전 1호기는 설계나 운전 방식에 있어서 상이하며 해체 방법 또한 다르게 준비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상용원자로에 대한 해체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서둘러 서로 다른 형의 원전을 동시에 해체해야 하므로 기술적 어려움과 함께 안전성 확보에 대한 우려도 있다. 또한 성급한 추진으로 기술력을 갖고 있는 다른 나라에 대한 기술의존성으로 인해 국내 독자 기술개발의 기회가 사라질까봐 걱정된다.

금년에는 제3차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이 완성된다. 지난해에 정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자력에너지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에 따라서 정부는 신규 원자력발전소의 건설계획을 취소했다. 이러한 계획이 실행된다면 과연 제 때에 필요한 전기가 공급될 수 있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하여 검토해야 한다. 전력생산량 감소로 인한 전력 예비율 감소나 전기요금 인상, 대체 전력생산원의 탄소 배출량이나 미세먼지량 증가요인 발생 등 다양한 변수들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국가에너지정책은 에너지 안보라는 틀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결정, 운영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에너지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정권의 철학적 가치에 따라 영향을 받아왔다. 이제는 국가에너지정책이 더 이상 정치적 가치에 따라가기 보다는 국가의 먼 미래를 보고 냉정하게 결정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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