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1사1노조’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산업별 노조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깃발 아래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가 나란히 서게 되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국내 유일하다.

9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현대중공업지부·일반직지회·사내하청지회 통합 시행규칙 제정 건’을 통과시켰다. 노조는 지난 5일 임시대대를 열고 논의를 시작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바 있다. 이날 추가 회의를 거친 노조는 대의원 129명이 참여한 무기명 투표에서 69명(53.5%)의 찬성표를 얻으며 안건을 최종 가결 처리했다.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 범위를 하청노동자까지 확대한 데 이어 선거구 등 세부적인 내부 규칙을 마련하면서 ‘1사1노조’ 체제에 한발 더 다가선 셈이다. 이날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추가예산 사용 승인 건도 만장일치로 처리하면서, 하청노동자의 노조 가입 독려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노조는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 조직력을 통합해 투쟁력과 교섭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선업은 공정상 노조의 파업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하청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탓에 그동안 정규직 노동자의 파업만으로는 생산성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노조는 1사1노조 체제를 갖추면 현장에서 모든 노동자가 일손을 놓을 수 있고, 그만큼 회사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구조조정 등으로 줄어든 조합원 수도 확대해 노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다만 얼마나 많은 하청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가입하도록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는 임금과 복지 수준의 차이와 상대적 박탈감 등 구조적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 이는 다른 사업장 노조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오랫동안 ‘1사1노조’ 체제를 시도했지만 무산됐고, 국내 완성차 노조 중 유일하게 ‘1사1노조’체제를 유지했던 기아자동차 노조는 지난해 비정규직(사내하청노동자)을 분리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과제는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심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연대감’을 높이는 것일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과 해양사업부 가동중단 등 직면한 위기 상황이 그 기회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현재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5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6,74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250% 등을 요구하고, 별도요구안으로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안도 포함했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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