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정 시민사회부

민선 7기가 시작됐다. 진보성향의 ‘울산시장’ 시대가 도래하면서 20여년간의 보수당 시장시대에 울산지역문화예술을 이끌어 왔던 ‘문화권력’의 향방이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는 추측도 많지만 급격한 변화보다는 서서히 ‘울산문화예술지형도’가 바뀔 것이라는 의견이 좀 더 우세하다. 

최근 고루한 울산문화행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한 사건이 있었다. 울산시의 예비청년문화기획가 양성사업을 수행하는 단체가 일본 성인물에 자주 나오는 문구를 홍보물에 넣어 거센 반발이 잇따랐다. 이에 시는 해당 단체에 보조금 교부결정 취소와 보조금 즉시반환, 사업 원점 재검토라는 초강경책으로 대응했다. 

문화 인프라가 극히 부족한 울산지역에서 문화예술의 꽃을 피울 청년문화기획가 육성은 오래전부터 그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물론 ‘미투’, ‘여혐’ 등에 대처하는 최근의 사회분위기가 한 몫을 했을 테지만 비난의 싹을 단번에 자르자는 이같은 행정편의주의적이고 ‘보여주기’식 결정은 전문성을 강조하는 문화행정의 퇴보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우려가 앞선다. 

송철호 시장은 지난 6일 선보인 뮤지컬 ‘외솔’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했다. 인터미션 시간에 공연장을 유유히 빠져나가던 이전 시장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또 9일 영남알프스학교가 진행한 태화강 일백리 걷기 행사에도 선바위에서 태화루까지 세 시간여를 함께 걸었다고 한다. 울산시 문화행정이 사뭇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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