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 판정 마쳐…활동보조인 등 지원 예정
이주민 단체 "이주 아동들에 대한 복지 증진 시작점 돼야"

장애인 등록이 거부돼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파키스탄 출신 난민 아동이 우여곡절 끝에 장애인으로 등록돼 각종 지원을 받게 됐다.

최근 관련법이 개정된 이후 난민이 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 이주민 복지 증진의 시작점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부산 사상구는 지난달 파키스탄 출신 미르(11)군이 장애인 등록을 마쳤다고 10일 밝혔다.

미르 군은 지난 2014년 아버지 칼레드 발로츠 무마하마드자이(50) 등 가족과 함께 입국해 2015년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뇌병변 장애를 앓는 미르 군은 부산에 있는 장애인 특수학교에 다니려 했지만 거동이 불편해 통학이 힘든 상황이었다.

게다가 미르 군의 아버지는 본국에서 받은 고문으로 어깨를 다쳐 팔을 쓰지 못하는 상태였고, 어머니 역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미르 군의 통학을 돕기 어려웠다.

미르 군 가족은 활동 보조인 등 통학지원을 받으려고 지난해 관할인 사상구청을 통해 보건복지부에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난민 지위는 인정되지만, 재외국민이나 결혼이민자 등 장애인 등록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미르 군은 어쩔 수 없이 1년 넘게 학교에 학습 유예를 신청하고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미르 군 가족과 국내 이주민단체는 보건복지부와 사상구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동시에 법원에 '장애인 등록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인 공방을 시작했다.

미르 군의 사정을 알게 된 보건복지부는 난민도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장애인 복지법을 개정했다.

결국 대법원은 지난 2월 개정된 법률에 의거해 난민에 대한 장애인 등록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한 결정이라며 미르 군 측에 최종 승소 판결을 내렸다.

미르 군은 지난달 15일 장애인 등록을 마친 뒤 최근 장애 등급 판정까지 마쳤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최근 미르 군에 대한 장애인 등록 절차를 마무리했다"며" 각종 지원을 받기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주민 인권단체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이주민 복지 증진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이주민 아동에 대해서는 교육과 치료 등 기본적인 복지혜택을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와인권연구소 김사강 연구원은 "현행법상 이주민들은 장애인 등록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애인으로 등록한다 해도 활동보조인 등 실생활에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미르 군 사례가 특히 이주민 아동들에 대한 교육과 치료 등 복지 혜택 확대에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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