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너구리 오소리만 있는 건 아니에요.
청설모 개구리 뱀도 있고요
땅강아지 지렁이도 있고요
노린재 곰개미도 있어요

아무도 몰라주지만
황나각다귀
날벌레라 
불리는
우리도
있어
요.
 

송명원 시인

◆ 詩이야기 : 아침 출근길에 자주 만나게 되는 유쾌하지 않은 손님이 있다. 길에 죽은 채 쓰러져 있는 산짐승들. 범인은 말 안 해도 안다. 2차선, 4차선 국도를 씽씽 달리는 자동차와 그 자동차의 운전자들! 이것도 교통사고다. 재수 없다고 침 한번 ‘퉤~’ 뱉고 지나가기에는 고라니 가족에게는, 청설모, 개구리, 뱀 가족에게는 끔찍한 교통사고다. 하지만 이들만 있는 건 아니다. 이름 모를 많은 벌레들이 죽은 채 차에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떨 때는 그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차가 없었다면 죽지 않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갈 소중한 생명들이다. 요즘 세상에 차 없이 살아가는 힘들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과 함께 조심해서 운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결국, 그것은 결국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 약력 : 봉화 소천초등학교 두음분교 교사. 제9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동시를 쓰기 시작했고, 동시집『보리 나가신다』(열린어린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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