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는 성공보다 실패한 슛이 오래 회자된다.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강렬했던 승부차기 실축은 19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에서 나왔다. 브라질이 이탈리아에 3-2로 앞선 가운데 마지막 5번 키커로 나선 ‘꽁지머리’ 로베르토 바조는 한가운데로 어처구니 없이 높은 슛을 날렸다. 브라질이 네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대회 내내 히어로였던 이탈리아의 바조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월드컵은 16강전부터 단판 승부다. 연장까지 비기면 승부차기로 결판낸다. ‘11m 러시안 룰렛’으로 비유되는 승부차기도 진화하고 있다. 먼저 차는 팀이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실제로 40년간 월드컵과 유럽 챔피언십의 434개의 승부차기를 분석한 이그나시오 런던정경대 교수는 “먼저 찬 팀의 승률이 60%다. 승부차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순서를 정하기 위한 동전 던지기”라고 했다.

승부차기엔 키커가 정확히 차기만 하면 골키퍼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구간이 존재한다. 골문 가운데로 때려 넣는 슛의 성공률이 의외로 높다. 골키퍼가 대부분 한쪽 방향을 정한 뒤, 몸을 날리기 때문이다. 키커가 찬 공은 0.4~0.5초에 골문에 도달하지만 골키퍼의 반응 속도는 0.6초다. 골키퍼에게 승부차기는 다섯 경기와 같다. 쓰는 발도, 슈팅 스피드와 각도도 다른 다섯 명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 열기가 뜨겁다. 프랑스·벨기에·크로아티아·잉글랜드가 8강전 혈투를 딛고 살아남았다. 우승 후보권이 아니었던 크로아티아(랭킹 20위)는 덴마크전에 이어 러시아전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4대 3으로 승리했다. 골키퍼 다니옐 수바시치가 덴마크전 승부차기 3개, 러시아전 1개를 막아내 영웅이 됐다.

크로아티아의 승리로 이번 대회 4차례 승부차기에서 먼저 찬 팀이 모두 패하는 진기록도 이어지게 됐다.‘먼저 찬 팀 승률 60%’ 주장이 무너졌다. 승부의 세계에선 ‘강한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든, 어떤 팀과 만나든 결국 이기는 팀이 강팀이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골을 넣어야 하고 골키퍼는 무조건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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