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현관문 나서는데
“잘 가.”
소리치며 등 돌리는 친구.

쾅!
닫혀 버린 문처럼
친구와 내 사이에도
닫혀 버린 두꺼운 문.

시골 할머닌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계셨지
한참 가다 뒤돌아봐도
붙박이별처럼 남은 할머니.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늘따라 더 생각나는
할머니의 배웅. 

 

이묘신 시인

◆ 詩이야기 : 따라 나가 작별 인사를 하여 보내는 것, 이것이 배웅입니다. 아파트 문 앞에서 삐죽 인사만 하고 바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적이 있습니다. 참 씁쓸한 모습이었지요.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의 배웅은 다릅니다. 우리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고 계십니다. 차가 달리고 나서 뒤돌아봐도 그 자리에서 붙박이별처럼 서계신 부모님! 가슴 뭉클하면서 따뜻한 모습입니다. 
우리 집에 온 손님을 배웅할 때 저도 부모님처럼 하려고 애씁니다. 골목길 끝나는 곳까지 따라 나가 손을 흔들어줍니다. 얼른 들어가라는 손짓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따뜻한 배웅의 맛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받는 배웅, 내가 하는 배웅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 약력 : 2002년 MBC창작동화대상에서 동화 ‘꽃배’로 수상. 2005년 <애벌레흉터 외 5편>으로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했다. 동시집 <책벌레 공부벌레 일벌레>, <너는 1등 하지 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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