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소외되지 않는 교육으로”

모든 아이들 존중‧교육받을 권리 보장해주는 것이 교육감 역할
과거 교육수장의 비리로 깨진 신뢰, 깨끗한 교육행정으로 회복
교사부터 청소 비정규직까지 학교 구성원 전체가 ‘학교 주인’
‘경쟁 대신 협력’의 학습환경‧인권친화적 학교로 만들 계획
무상급식‧교복 지자체 협조 절실… 교육협력추진단 구성 협의
협의‧합의‧민주적 절차 중심 행정으로 ‘공교육의 표준’ 만들 것

노옥희 울산교육감은 “어떤 아이든 한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하고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교육감과 교육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임경훈 기자 qtm0113@iusm.co.kr
강정원 편집국장=‘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 아이를 가진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노옥희 울산교육감=학교에는 가지만 수업과 배움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교실에 앉아는 있지만 제대로 배우고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든지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주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소외되지 않는 그런 울산교육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그 아이가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든,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한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하고 자기에게 맞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교육감과 교육청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옥희 울산교육감이 본사 강정원 편집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경훈 기자 qtm0113@iusm.co.kr
강=오랫동안 현장에서 교육운동을 해 오셨지요. 아무래도 이런 경험들이 교육감 직에 도전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텐데요. 수장이 되기로 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죠?

노=지난 교육감 선거 때 13개 시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됐는데 울산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교육운동을 했던 한 사람으로서 상당히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교육 혁신이 4년 내지 9년씩 지체되는 것을 보면서 이번에는 울산교육이 꼭 바뀌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초창기부터 울산교육, 교육운동에 함께 해왔던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나서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강=그동안 울산 교육은 시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교육 수장들이 잇따라 비리에 연루되면서 신뢰를 잃어버렸는데요. 그래서인지 첫 진보 교육감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매우 큽니다. 교육행정을 어떻게 바꾸시겠습니까?

노=그런 기대가 굉장히 커서 당선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책임감과 함께 부담감도 상당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직원이나 교육가족의 잘못이 아니라 교육 수장의 비리로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교육감부터 비리 없이 깨끗하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결심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리 어려울 것 없는 일입니다.
실제 변화를 실감하기까지는 교육감이 바뀌는 것 뿐만 아니라 현장이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아이들을 대하는 일선 선생님들이 바뀌어야만 체감을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바라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지원하겠습니다.
교육장공모제 역시 그 일환으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지금 계신 분들도 물론 잘 하고 계시지만 교육장공모는 저의 공약이며, 인사 혁신의 방향입니다.
일방적으로 제가 권한을 가지고 임명 할 수 도 있지만, 의욕을 가지고 있는 많은 분들을 제가 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분들 중 역량있는 분들이 나서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취지입니다.
 
강=입시 위주의 교육은 여전하고, 선생님들도 잡무에 시달리면서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학교를 어떻게 바꾸시겠습니까?

노=학교 변화의 주체는 교사와 교직원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분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교사와 교직원, 밥을 짓는 분, 청소를 하시는 분들 등 학교 구성원들 전체가 학교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인정해드리려고 합니다. 또한 교사나 학생들이 자기 문제를 자기가 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되길 희망합니다. 학생자치와 교원자치 기능을 강화시켜서 자신들의 문제를 자신들이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른 책임도 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지금 교육감에게 요구하는 많은 요구들을 살펴보면 권한이 이미 학교로 넘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차원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지 않다보니 교육청에, 교육감에게 요구하고 바꿔달라 이야기 합니다. 학교구성원들이 토론을 통해 결정하고 집행하고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게 중요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강=지난해 울산지역 학교 내에서 학력폭력과 관련한 몇가지 좋지 않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안전한 학교’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요?

노=학생들의 스트레스나 불만이 남으로 향하면 학교 폭력이 되고 자신에게 향하면 우울증이 됩니다. 아이들이 그런 스트레스나 불만, 화에서 자유롭게 해주는게 중요한데 이는 학교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일단 학교에서는 학습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고, 너무 심한 경쟁 대신 협력을 통한 학습환경을 만들려고 합니다. 또 학교 자체 분위기가 민주적으로 돌아가면 자신의 의사를 말할 수 있고, 그 말이 받아들여지면 친구들 간에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구태여 그것이 폭력성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학교 전체를 소위 말하는 인권친화적 학교로 만들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학생들의 교통, 먹거리, 미세먼지, 석면 등의 안전 확보를 위해 교육청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 나가고 있습니다.
 
강=무상급식 등 교육복지에 대한 많은 약속을 하셨는데요? 관건은 예산입니다.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계획입니까?

노=교육복지는 교육감만의, 교육청만의 공약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정도면 고등학교 의무 무상교육을 실시할 경제 수준이 충분하며, 국가차원의 결심에 따라서는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상급식, 무상교복 등은 교육청 예산으로 하기에는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협조가 절실합니다.
울산에서 중학무상급식이 늦어진 것도 지자체와 협조가 잘 되지 않아서입니다. 이러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무상급식은 학부모들의 굉장히 관심이 많고 밀착된 내용입니다. 시장, 구청장, 군수님들은 ‘학생들도 교복 입은 시민’이라는 생각을 잊지마시고, 교육에 대한 예산을 아까워 하시지 않고 함께 해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최근 고등무상급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송철호 시장님과 만났는데,  ‘하반기 쓸 예산의 많은 부분을 이미 상반기에 써버려서 예산이 많이 없다’고 얘기 하셨지만 하반기 고등무상급식 실시를 공약으로 약속하신 만큼 그 부분은 잘 풀릴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복문제, 공기정화시설 설치 등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예산을 편성해 내년 시행을 제안하고 있고 이런 지속적인 협의와 사업추진을 위해 교육협력추진단을 만들어 상시적 협의를 꿈꾸고 있습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아이가 행복한 울산을 만드는 데는 교육청과 지자체의 이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시장, 구청장, 군수님들께 적극적 협조를 요청 드립니다.
 
강=교육운동을 하면서 많은 사회단체들과 인연을 맺으셨는데요. 하지만 일부 단체들이 요구하는 것들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경우도 있습니다. 함께 해 오신 단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실지 궁금합니다.

노=다들 공익적 활동을 하는 단체들입니다. 이 분들은 자기 단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활동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전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강=교육감님의 리더십에 대해 교육계가 혼란스러워 하는 점도 없지 않습니다. 교육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노=제가 주장하는 많은 것들은 실제로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시행하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교육부에서 이미 변화된 사회에 발맞춰 교육이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들입니다. 다만 우리 교육청이 그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굉장히 많은 변화를 한꺼번에 하려고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활동할 때와 다르게 교육감이라는 직위에 있으면 기본적으로 보수적으로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것보다 그동안 약속했던 변화들이 실시되지 않고 무뎌지고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들을 더욱 우려해야 합니다.
저는 항상 합의와 협의, 민주적인 절차를 중요시했습니다. 이해관계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열린 토론 활성화로 이해관계당사자들의 요구를 확인하고, 합의 지점을 도출하는 민주적인 훈련과 과정들을 거치는게 관건입니다. 그런 방식의 행정을 펴나가겠습니다.
 
강=교육감님이 꿈꾸는 울산교육의 미래는 어떤 모양일지 궁금합니다. 4년 후, 아니면 그 후에라도 퇴임하실 때 울산교육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노=4년 뒤에는 공교육의 표준을 만든 교육감, 공교육은 이래야 한다는 디딤돌을 놓은 교육감으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그 결과가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소외받지 않는 교육을 펼친 교육감이 되고 싶습니다. 교육감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시민과 교육주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