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매일신문이 오늘 창간 27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2년 울산지역의 첫 조간신문으로 창간된 울산매일이 걸어온 길은 1991년 부활된 지방자치제도와 겹친다. 6·10민주항쟁을 거치면서 군사정권에 의해 억눌렸던 언론자유는 ‘지역언론 창간’ 러시로 이어졌다. 자생신문사가 없었던 울산에도 89년과 92년에 석간과 조간신문이 각각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지역 신문은 창간과 함께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광고 시장은 턱없이 좁았고, 부족한 콘텐츠에 독자들의 실망감은 커져갔다. 1990년대 중반이후 지역신문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매달려야 했다. 앞이 보이지 않자 많은 종사자들이 신문을 떠났다. 남은 이들은 현실과 타협하기도 했다. 저널리즘 보다는 생존이 급한 상황이었다.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았다. 부족한 지방자치를 감시하고, 지역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에도 기여했다. 울산매일도 그랬다.

울산매일이 설정한 올해 창간 기획의 주제는 ‘울산, 새 길에 서다’다.
27년 전과 비교해 보면 새로운 것이 정말 많다. 우선 ‘리더십’이 바뀌었다. 1990년 이른바 ‘3당 야합’이 이뤄진 후 ‘야도’ 울산은 ‘여도’로 변신했다. 이후 지방 권력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어느새 보수의 텃밭이라는 달갑지 않은 닉네임을 얻었다. 그런데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권력이 교체됐다. 시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가 이겼다. 기존의 질서가 깨진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체된 권력은 변화하는 새 시대를 담지 못하는 법이다.

경제 상황도 새롭기는 마찬가지다. 장치산업이 고도성장을 보장해 주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울산은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대표적 노동집약적 장치산업인 조선산업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에 울산 경제는 섬처럼 고립됐다. 관광 등 서비스산업에 대한 전략도 부족했다.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다른 지자체들을 따라잡는데 급급했다. 미래 울산 경제에 대한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데 미적거렸다.

언론 환경도 낯설다. 종이 신문의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다. 도대체 어떤 독자들이 지면을 통해 뉴스를 접할까. 변화된 매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뉴미디어를 강화했지만 정답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울산매일의 ‘퍼스트 디지털’ 전략은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지면과 영상이 융합된 콘텐츠들이 인터넷 상에서 떠돌면서 매체의 영향력을 키웠다. 수많은 댓글이 달리면서 양방향 소통도 가능해졌다. 뉴스콘텐츠가 관계와 관계를 거치면서 무한대로 확장되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새 길에 선 울산과 울산매일’. 앞에 놓인 길이 낯설고 험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버텨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보이고,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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