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여름휴가 전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것은 2010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인데, 미국 관세폭탄 등에 따른 위기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20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하언태 부사장과 하부영 노조지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1차(노조기준) 교섭에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여름휴가 전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2010년 이후 8년 만이다. 노사는 △기본급 4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250%+30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등에 합의했다.

쟁점이던 완전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방식에도 의견을 모았다.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면서 하루 8시간 근무에서 총 25분의 연장근무가 발생한 데 대해 노사는 내년 1월 7일부터 임금을 보전하면서 야간조(2조) 노동시간을 20분 단축하기로 했다. 대신 생산물량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라인별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0.5대 늘린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라인별, 차종별 물량의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노사가 협력하기로 했고,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부품 협력사에 5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잠정합의는 지난 5월 3일 노사 상견례 이후 두달여만인데, 여름휴가 전 노사가 뜻을 모은 것은 2010년 이후 8년만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이뤄진 교섭에서 노조의 파업 투쟁도 예년보다 적었다. 노조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총파업에 맞춰 실시한 파업을 포함해 총 이틀간 8시간(2시간·6시간) 파업을 했는데, 이 또한 2011년 무파업 이후 최소 규모다.

이를 두고 미국의 관세폭탄 등 국제 경제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노조 또한 “미국 관세폭탄으로 33만대의 현대차 대미 수출이 줄고, 5,000~6,000명의 정규직 일자리, 2만~3만명의 부품사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고 우려한 바 있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실적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미주지역 판매량은 27만3,0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고, 중국 판매량 역시 17.1% 줄어든 16만3,000여대에 그쳤다.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줄어든 22조4,366억원이고, 영업이익은 45.5%나 감소한 6,813억원이다. 경상이익은 9,259억원, 당기순이익은 7,31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47.3%, 48.0% 줄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이후 분기 최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18일 내수 진작을 위해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5%에서 3.5%로 인하하기로 발표한 것도 노사 모두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수출 감소가 예상되고, 이미 글로벌 판매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정부까지 나서 자동차 내수 판매를 늘리려는데, 정작 당사자인 현대차가 교섭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 대해 노사가 공감하고 있고, 협상 장기화와 노사 대립 등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위기 극복에 중점을 둔 합의안을 마련했다”라며 “생산성 향상, 차량의 적기 공급, 고품질 확보 등으로 고객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오는 26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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