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으로 밤에도 30도 넘나드는 열대야 이어져
"집에서 에어컨 틀어도 더워…맥주라도 마셔야 잠 올것 같다"

22일 밤 서울 영등포구 한강공원 물빛광장에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노컷뉴스 자료사진)

"이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합성어)보다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서울 낮 최고기온이 올해 최고기온을 기록한 뒤 밤까지 30도를 넘나드는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물가와 백화점으로 몰렸다.

22일 밤 9시쯤 서울 영등포구 한강공원 물빛광장에는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민들로 북적북적했다.

성인 무릎 높이의 수영장에서 옷을 벗어던진 채 연신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은 물장구에 여념이 없었다. 부모들도 덩달아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며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온몸이 젖은 채 헤엄을 치던 박재훈(12) 군은 "집에 있으면 땀이 나고 더운데 물놀이를 하니 하나도 덥지 않다"며 "엄마 아빠와 함께 와서 기분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하던 이호열(24) 씨는 "가볍게 자전거를 타러 나왔다가 땀으로 온몸이 젖어 물가로 왔다"며 "친구와 맥주 한 캔 마셔야 집에서 잠이 올 것 같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펴고 친구와 담소를 나누던 이지현(19) 씨는 "오늘 낮에 머리가 띵하고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웠다"며 "밤이 되자 그래도 시원해져서 휴식을 즐기러 나왔다"고 전했다.

더위를 피하러 백화점으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 이날 저녁 서울 양천구의 한 백화점은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들과 영화를 보러 나온 박혜희(40) 씨는 "체감상 오늘이 평소보다 5도 정도 높았다고 느낄 정도로 더웠다"며 "집에서 적당한 수준으로 에어컨을 틀어도 덥길래 영화라도 볼 겸 나왔다"고 말했다.

더위에 갈 곳이 없어 친구와 백화점에 왔다는 김도현(18) 군은 "너무 더워서 밖에 도저히 있을 수가 없어 들어왔다"며 "따로 계획에 없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때우려고 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날 전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서울은 낮 기온 38도를 기록하며 1907년 기상관측 이래 5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더해 밤까지 더위가 25도 이상을 기록하며 열대야가 이어졌다.

24절기 중 '더위가 가장 심한 날' 대서인 23일에도 폭염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아침 최저기온은 22도에서 28도, 낮 최고기온은 33도에서 37도로 전날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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