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주군은 1일 가지산도립공원 석남사 계곡 일원에서 장기 불법 야영형태를 근절하기 위해 텐트, 천막, 집기류 등 불법 시설물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우성만 기자  
 

‘가스통부터 식탁, 매트리스까지...’

1일 울산 석남사 계곡의 목 좋은 곳에 소위 ‘알박기’ 한 장기 텐트들에는 살림살이가 한가득했다. 빨랫줄에는 속옷과 이불이 널려있기도 했다.

오후 1시가 되자 30여명의 용역직원들이 텐트와 각종 집기류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우당탕탕’, 텐트를 걷어내자 빈 술병과 고무대야도 쏟아졌다. 찢어진 샌들, 과일껍질, 빈 상자 등 생활쓰레기도 수두룩했다. 철거된 자리에는 ‘행정대집행 영장’ 딱지가 붙었다.

몇몇 천막은 얼마나 견고하게 만들었는지 철거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편안함을 위해 장판이나 평상 위에 설치된 텐트도 많았다.

철거가 시작되자 “청와대에 민원 넣을 줄 알아라!”며 한 남성이 고함을 쳤다. 이 남성은 “요양을 위해 여름 한철 쉬다가는 건데,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오히려 피서객들이 계곡을 더럽히면 내가 주의를 주고 치운다”고 말했다. 이어 “피서지에 텐트가 있는 건 당연하다”며 “취사도 불을 피운 것도 아니고 가스를 쓴 건 데 뭐가 잘못 됐느냐”고 소리쳤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당일치기 피서객들은 “뻔뻔하다”며 혀를 찼다.

가족들과 이른 아침부터 계곡을 찾은 김모(51)씨는 “이런 식으로 장기로 텐트를 치는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라며 “더위를 식히려는 마음도 알겠지만, 다른 피서객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들의 ‘배짱’ 때문에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울주군에 따르면 ‘장기 집거한 텐트 근처에 자리를 잡으면 주인이 윽박을 지른다’, ‘계곡에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일찍 와도 좋은 자리는 이미 뺏기고 없다’ 등 당일 피서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군청 공무원들은 3차례에 걸쳐 자진철거를 명령했지만, 장기 야영객들은 ‘나몰라라’식이었다. 결국 ‘행정대집행’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날 20여동의 텐트와 천막이 강제 철거됐다. 이마저도 전날 60여동에서 단속 소식이 들리자 자진철거로 줄어든 개수였다.

울주군 관계자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석남사 인근 계곡은 명백히 야영과 취사가 금지된 곳이다”며 “수차례 계도와 경고장에도 일부 야영객들은 1~2개월 동안 아랑곳하지 않고 쓰레기 투기와 취사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휴가철 불법 야영을 근절하기 위해 지속해서 단속을 할 계획이다”며 “울산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적극적인 협조를 구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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