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 정권 바꿀 순 있어도 깨끗한 정치는 보장 안돼
내가 뽑은 일꾼이 세금 어디에 쓰는지 항상 감시해야
시민들의 관심이 정치인의 올바른 정치활동 이끌 것

 

조숙 시인

오래 전에 읽었던 토지를 다시 읽고 있다. 어릴 적 토지는 인물들이 격정적이고 개성이 또렷했다. 개성 넘치는 인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30년이 지나 다시 읽는 토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나를 허우적거리게 하고 있다. 대하소설, 긴 세월을 다루며 인물의 변화, 세상의 변화에 따른 부침을 다룬 소설은 요즘 변화한 울산의 정치지형을 생각하게 한다.

지난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울산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었다. 울산은 지방선거 시작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진보로 바뀐 것이다. 

권력이 바뀌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24년 간 하나의 당색만으로 이어지면서 경색된 의견수렴, 감시체계의 부재, 다른 가치관을 가진 집단의 소외현상 같은 것들이 깊어졌다. 다양한 계층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는 사라지고 아는 사람끼리의 커넥션으로 정치가 굴러갔다. 정권이 바뀌지 않고 계속되면서 생기는 비리도 있었다. 24년 동안 굳건했던 정치 집단은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 정치인에 익숙했던 공무원들의 혼란도 클 것이라고 생각된다. 24년간 한 가지 방식에만 익숙했기 때문에 보수가 아닌 진보 특유의 몸짓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권위적이지 않은 방식을 무능력하다고 읽을 수도 있다. 아는 척하고, 카리스마 넘치고, 힘을 행사하는 정치인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토지의 최씨 일가의 마지막 남자인 최치수의 행동은 전형적인 보수 권력가의 모습이다. 다른 사람의 형편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체면과 힘의 행사에만 관심이 있다.   

이번 선거 결과의 영향으로 시민들도 변했다. 뽑아만 놓고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참여하려는 의식이 구체화 됐다. 투표로 뽑은 정치인들의 의정활동 감시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에 한 시민단체에서 있었던 ‘예산 읽기 강좌’. 강당을 가득 메운 시민들 사이에 이번에 선출된 지역의원들도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들 중에 지역의원들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는 말도 들렸다. 

우리들이 낸 세금으로 일 년 동안의 지역 살림을 산다. 세금은 개인적으로 고지되는 것보다 모든 경제활동에 부과되는 간접세가 크다. 쉽게 말하면 숨만 쉬어도 세금이 붙는다. 그것을 시민이 직접 감시해야 한다. 시민들은 정보공개를 요구할 수 있으며, 예산의 구성이나 집행을 살펴봐야 한다. 관습적으로 쓰이고 있는 돈들은 필요한 것들인지 확인해야 한다. 교육감이나 단체장, 기초의원들의 업무추진비는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무엇을 얼마나 먹고 썼는지 알아야한다. 이미 살펴 본 도시가 있다. 감시한 내용을 자료로 만들어 발표도 했다. 맛집기행을 하는 업무추진비, 명품백을 선물하는 업무추진비 같은 것들을 알게 된다. 그런 것들을 통해 시민들은 자신이 매일 내고 있는 세금이 어디에 쓰이며, 누구의 음식이 되고, 누구의 교통비가 되는지를 공유하게 한다. 시민들의 이런 꼼꼼한 감시는 정치인들이 유혹을 받지 않고 올바른 정치활동을 하도록 하는 길잡이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 울산에서도 진보교육감이 당선됐다. 전국 17 곳 중에서 13곳이 진보 교육감을 당선시켰다. 진보교육감이 당선되고, 업무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현장의 교사와 교장교감들은 스스로 진보적인 성향으로 바뀌기도 했다.  통제 일색에서, 교복이나 자율학습에 대한 처우를 바꾸기 시작했다. 울산에서는 처음 보는 풍경이 시청과 구청, 각 단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 바뀐 정권이기 때문에 어색하고 불편할 것이라 여겨진다. 시민들 스스로 뽑아놓은 일꾼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토지에서 나오는 최씨 일가의 너른 들판을 가꾸어 세경을 바치는 농사꾼들. 그것이 시민의 본분이 아니다. 선거만으로는 깨끗한 정치를 이룰 수 없다. 시민도 보수성을 벗어나 스스로 행동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시민단체를 통한 적극적인 활동과 학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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