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준비로 찾은 울산도서관의 활발한 운영에 감탄
울산청년작가회 작품전 등 도서관에 미술 접목 반가워
독서와 미술 감상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 기대

 

김근숙 G&갤러리 관장

입추가 지나서일까. 하늘이 높아졌다. 그런데 저 무더운 날씨는 여전하다. 뜨거운 여름은 좋아하지만, 올해의 여름만큼은 피해진다. 곧 펼쳐질 개인전 준비로 마음이 바쁜데 더위에 지칠 수는 없었다. 개인전 제목을 ‘그동안에 그림집중’으로 정한 바, 이번만큼은 그림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따로 작업공간이 없고 집에서 작업해야 하는 형편인데, 냉방비 걱정에 그림에 집중이 안된다는 핑계가 생겼다. 가성비가 높은 작업 방법을 고민한바, 캔버스 작업 전에 에스키스라도 할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을 먼저 찾아 나서기로 했다. 

‘에스키스(esquisse)’라 함은 최종적으로 완성해야 할 그림이나 설계도 등을 위한 초벌 그림으로 큰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써, 작은 종이나 천에 간단히 구도나 색채 및 명암을 그려보고 그 효과를 가늠해 보는 것을 의미하는 미술용어이다. 에스키스 작업을 토대로 집에서는 시간 낭비없이 바로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에 몰입해서 완성해 낸다는 전략을 세웠다. 퍼뜩, 떠오르는 곳이 지난 4월 26일 개관한 울산도서관이었다. 

10분간 뚜벅뚜벅 걸어서 도착해보니, 예상과는 달리 울산공공기관에서 흔히 볼 수있는 진부한 인테리어가 아니었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세련된 공공기관이자 공공시설물이었다. 더 놀라운 곳은 북적북적 대는 사람들이었다. 어린이·유아자료실은 어린이와 함께 온 할머니,할아버지가 눈에 많이 띄었고, 자료열람실에 청소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식당과 북카페도 많은 가족들을 볼 수 있었고 책을 보면서 데이트하는 젊은이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동안에 울산의 의식수준이 높아진 것일까, 아니면 경기침체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에 이렇게 모여든 것일까. 어쨌든, 우려와 달리 쾌적한 환경의 도서관과 많은 이용객을 보니 뭉클한 반가움이 앞섰다.

에스키스를 할 작정으로 꾸준히 오다 보니, 다양한 행사를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10여년 전에 본 기억이 있는 애니메이션 ‘월-이(Wall·E)’를 일곱 살 딸하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7월 25일에는 1층 전시장에서 창립 30년이 된 울산청년작가회의 청작(靑作) 전시회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그동안 청년작가회를 거쳐 간 미술인 스승과 선배들과의 소통과 교류 기회를 만들고자 기획됐다고 한다. 도서관 프로그램으로써의 이벤트성 전시가 아닌 제대로 된 미술작품을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 다행이었다. 별 기대없이 시원하기만 바랄 뿐이었던 울산도서관이었는데, 직접 가보니 욕심이 자꾸 생긴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미술전문 공공도서관을 내년 9월 개관할 예정이라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이용객이 한 공간에서 독서와 미술 감상을 함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복합 문화 공간이다. 공공 도서관의 기본 역할을 하면서 지역미술작가의 작품 활동을 돕고 신진 미술작가 발굴과 육성에도 힘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술전문 큐레이터를 채용해 전문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한다. 울산도서관은 당장이라도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당장에 책을 끄집어 읽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울산도서관에 온 목적이 개인전 준비인 터라 가을이 돼서야 책보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름아 부탁해’는 여름만 되면 기분 좋게 흥얼거리는 노래이다. 유난히 올 여름에는 이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울산도서관! 나의 여름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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