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발전소의 핵심시설인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타 지역에서 6건의 ESS 화재가 발생해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울산은 태양광발전의 수요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지자체가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총력을 쏟고 있는 만큼 ESS의 보급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불안감을 지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에 설치된 총 18개의 ESS(총 보급량 411.7㎿h) 중 16개가 최근 3년간 설치됐다. ESS 보급사업이 최근 탄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SS는 전국기준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89㎿h) 같은 기간 대비 20배 증가한 1.8GWh가 보급됐다. 하반기부터는 공공주택 최초로 서울 공릉동의 100세대 규모 임대주택에 ESS 0.6㎿h 설치를 시작으로 가정용 ESS 보급 활성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울산도 올해에만 121㎿h가 보급된다.

문제는 정부가 에너지전환시책에 따라 ESS 보급에만 몰두하는 사이 ESS 화재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2일 경북 경산변전소 ESS 화재에 이어 6월 2일 영암 풍력발전소 ESS 화재, 6월 15일 군산 태양광발전소 ESS 화재, 7월 12일 해남 태양광발전소 ESS 화재, 7월 21일 경남 거창 풍력발전소 ESS 화재, 7월 28일 세종 종이 생산공장 ESS 화재 등 최근 3개월 동안 총 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산업부와 한국전기안전공사가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를 펼치고 있지만 발생한 화재 중 3건에 대해서는 아직 원인규명 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달 20일 개최된 국내 ESS설치 사업장 118개소 운영담당자를 대상으로 화재안전 사고예방세미나를 개최했지만 이후에도 2건의 화재가 추가로 발생해 ESS가 화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사고 원인 규명조차 안 된 상황에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연계된 ESS 시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어, 우려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화재 발생 시 대응문제도 수면위로 오르고 있다.

울산시 소방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풍력발전소에 설치되는 ESS의 경우 설치 위치가 소방차의 접근이 어렵고, 일반소화기를 사용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진화를 위해서는 ESS 내부에 소화약재가 침투해야 하지만 장치가 밀폐돼 있어 완전연소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화재진압 작업은 주변으로의 연소 확대를 방지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재 주어진 매뉴얼은 전원을 차단하고 청정소화약재를 이용한 진화 작업을 하는 것이 전부다. 물을 이용한 소화 작업은 수증기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어 금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울산에서는 아직까지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단이 어려운 상태”라며 “다만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고들을 통해 가장 적절한 대응책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ESS 보급이 급속히 확산돼 화재사고도 빈번해졌지만, 아직도 안전대책은 전혀 없는 실정”이라며 “무엇보다 아파트나 대형건물에 ESS가 설치된 후 화재가 발생할 경우 시설피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대형 인명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ESS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 신산업 육성 정책으로 ESS가 뜨면서 나날이 확산 추세에 있지만 계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는 설비 안전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마구잡이식으로 시설만 늘리다보면 유사 사고 또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10㎿ 이상용량의 ESS 설비를 중심으로 58개 현장을 찾아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전기안전공사는 60개에 대해 자체 조사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화재 원인을 찾아 분석 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8월 말까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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