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에 대한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 결정을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업계와 국내 자동차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조선업의 부진으로 각종 경제지표가 최악인 울산경제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 미·중 관세전쟁 최대 피해지는 울산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6일 중국산 제품 340억 달러 어치에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23일부터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5,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해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동일한 강도로 ‘맞불’을 놓아 세계 경제 전반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미·중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증시가 최대 10~15%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여기에다 수입차 및 부품에 20% 이상 고율관세를 매길 경우 한국은 연간 85만대 차량의 미국행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이는 한국 자동차 생산이 2000년대 초반 수준으로 후퇴하는 것이다. 이 문제로 인해 향후 5년간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65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로인해 국내 자동차산업 비중이 가장 큰 울산이 최대 피해지가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처인 중국이 미국과 동일하게 관세를 매기면 미국에 이은 중국의 판매도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 5위를 유지했지만 중국 판매량이 사드 갈등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까지 관세를 올릴 경우 중국시장의 판매입지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 미·중의 통화 전쟁 전 세계 확산도 불안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불을 뿜고 있는 가운데 양국간 통화전쟁까지 가세하면서 더 큰 파장이 발생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관세폭탄에 대해 중국이 위안화 절하로 맞불을 놓고 있는데, 위안화값이 하락하면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 제품 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미국의 관세부과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어 중국 정부가 위안화값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이 중국의 환율조작을 문제 삼으면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간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얼마 전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희망의사를 밝혀 일본까지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통상압박이 유럽과 중국에 이어 일본으로 확산, 세계 무역 전쟁이 진정될 기미가 없다.

# 조선 이어 자동차까지…울산경제 위기감

문제는 세계 무역전쟁의 여파가 울산경제의 미래를 좌우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업 붕괴로 촉발된 울산경제의 부진은 고율관세 등 자동차산업 악재까지 겹치는 통에 최악을 맞고 있다.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해 온 울산은 최근 몇 년 사이 조선업 몰락으로 일자리가 감소하고 인구가 유출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인구 유출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인해 부동산 자산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울산 동구의 경우 군산과 더불어 올 상반기 전국에서 유일하게 땅값이 떨어졌다. 지난 2013년 17만8,468명이던 울산 동구 인구는 지난해 16만9,605명으로 1만 명 가량 줄어 일자리 감소를 실감케 한다.

더 큰 걱정은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메시지가 한계점에 왔다는 것이다. 수년전부터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차가 미국발 고율관세까지 떠안게 될 경우 울산전체의 위기로 연결되는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역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의 고율관세로 현대차 수출이 급감하면 자동차산업으로 먹고 사는 지역민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된다”며 “자동차산업의 급추락은 사실상 지역경제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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