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목동인 견우(牽牛)와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織女)가 혼인을 했다. 혼인 후 이들은 일을 하지 않고 놀았다. 옥황상제가 견우는 은하수의 동쪽에, 직녀는 은하수 서쪽에 떨어져 살도록 했다. 젊은 부부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그리워하며 애를 태웠다.
견우와 직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까치와 까마귀들이 은하수에 다리를 놓아 이들이 만날 수 있도록 했다. 해마다 칠월칠석날이면 오작(烏鵲)교를 놓게 됐다. 덕분에 견우와 직녀는 1년에 하루 음력 7월 7일 칠석(七夕)에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회포를 푸는 시간도 잠시 또 헤어져야 하는 생이별을 매년 반복해야 했다.
칠석날 저녁 비가 오면 두 별이 기뻐서 흘리는 상봉의 눈물이고, 이튿날 새벽에 비가 오면 이별의 눈물이라고 한다. 까치와 까마귀들은 칠석날 이후면 머리털이 벗겨져 있다. 오작교를 놓기 위해 지상의 돌을 머리에 이고 날랐기 때문이라는 설화가 그럴듯 하다.
하늘나라의 별자리는 견우와 직녀성 못지 않게 북두칠성도 중시한다. 북두칠성은 수명신(壽命神)이어서 칠석 견우성에는 수명장수를 기원하며, 직녀성에게는 걸교(乞巧)라 하여 바느질 솜씨를 기원했다. ‘견우직녀’ 설화는 중국에서 전래됐으나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3월 3일(삼짇날), 5월 5일(단오), 7월 7일(칠석), 9월 9일(중양절) 등 양(陽, 홀수)의 수가 겹치는 날을 길일(吉日)이라 여겼다. 음력 7월 7일 해가진 뒤부터가 칠석 세시명절이다.
칠석은 더위도 한풀 꺾이고 장마도 거의 그친 때여서 장롱 속 옷이나 서가의 책을 꺼내 햇볕에 말렸다. 부녀자들은 우물을 깨끗이 청소하거나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놓고 가족의 무병장수와 집안의 평안을 빌었다. 여자아이들은 바느질을 잘할 수 있도록 빌고 청년들은 견우성과 직녀성을 놓고 시를 짓는 글솜씨를 겨루었다.
전통문화 계승에 앞장서 온 울산문화사랑회(회장 서진길)가 8월 17일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울산 남구문화원 야외공연장 일원에서 올해 17년째 ‘칠석날 한마당’ 잔치를 벌인다. 불볕 더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친 심신을 잠시나마 달래는 칠석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