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개편안 / 연합뉴스  
 

‘더 많이, 더 오래 내지만, 더 늦게 받는’ 국민연금 개편안 밑그림이 나온 가운데 정부가 9말까지 확정안을 마련해 10월께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국민여론이 싸늘한데다,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둔 정치시간표를 감안할 때 입법화 과정에서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고됐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17일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발표를 계기로 재정안정·급여·가입 3개 영역에서의 제도개선 방안을 광범위하게 제안했다.

4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현재대로 유지될 경우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산돼 보험료율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이런 고갈에 대비해 위원회가 제시한 재정안정 방안은 2가지다. 둘 다 2088년까지 기금 적립배율을 1배로 유지하겠다는 ‘재정목표’ 달성을 전제하지만, 방법은 확연히 다르다.

우선 첫번째 안은 올해 45%인 소득대체율(연금 수령액이 평생 월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더는 떨어뜨리지 않는 대신, 보험료율을 내년에 당장 9%에서 11%로 올리는 방안이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해마다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에는 40%가 돼야 하는데 이를 고쳐 45%로 유지하자는 안이다. 이에 따른 재정부담은 보험료율을 2%포인트 즉각 인상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2033년까지는 재정목표를 지킬 수 있으므로 보험료율을 11%로 유지하다가 적립배율 1배가 흔들리는 2034년에는 12.3%로 인상한다. 이후에는 5년마다 한 번씩 ‘향후 30년간 적립배율 1배를 달성할 수 있는’ 보험료율을 찾아 계속 조정한다.

두번째 안은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떨어뜨리도록 한 규정을 유지하되, 내년부터 10년간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3.5%로 올리는 방안이다. 재정목표를 달성하려면 일시에 보험료율이 17.2%로 올라가야 하지만 4.5%포인트만 일단 올린다.

이에 따라 2030년부터는 보험료율에는 손대지 않고 단계적이고 복합적으로 지출을 조정해 재정안정을 도모한다.

2033년 65세인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2043년까지 67세로 상향 조정하고, 소득대체율에 ‘기대여명계수’를 적용해 연령이 많으면 연금급여액을 깎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렇게 했는데도 재정이 안정되지 않으면 보험료 인상도 다시 고려한다는 방안이다.

이런 방안은 결국 가입자의 부담을 높이고 연금혜택은 줄이는 것이어서 논의과정에서부터 입법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국민적 반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정부는 ‘어디까지나 민간전문가들의 정책자문안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원칙으로 논의하되,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보험료 인상 등은 없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당장 더 큰 보험료 부담을 짊어져야 할 20∼30대 젊은층이나, 더 늦게 받게 될지도 모르게 된 중고령층의 거부반응이 거세다.

정부는 앞으로 이해 당사자들과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처협의를 거쳐 올해 9월 말까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10월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지만,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과거에도 보험료를 올리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국민적 거부감에 정치권이 부담을 느낀 나머지 번번이 무산되면서 근본대책에는 손을 못댄 채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수급연령을 2013년부터 기존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올려 2033년부터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기금 고갈 시기만 조금 늦춰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에 정부의 연금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국회에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나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가동해도, 총선과 대선 등 정치일정에 발목이 잡혀 또다시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혜정 기자·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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