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堂(당)에는 올라섰으나 室(실)에는 들어서지 못했다.”《논어(論語)》에서 공자(孔子)가 그의 제자인 자로(子路)를 평가한 말이다. 어느 정도의 수준에는 도달했지만, 종국에 닿아야 할 핵심적인 곳에는 들어서지 못했다는 얘기다. 요즘 성추문에 휘말려 낙마하는 유명인이 많아졌다. 겉으로는 당당(堂堂)한 척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엉뚱한 곳으로 입실(入室)해 이름에 먹칠을 한다. 거짓과 위선으로 일관하다 끝내 부정(不正)을 떨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와 관련해 “범행 당시 위력 행사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수 있는 정도여야 처벌할 수 있다.” “피해자 심리상태가 어땠는지를 떠나 피고인이 어떤 위력을 행사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올초부터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과 관련한 첫 선고에서 무죄가 나온 것은 미투 운동의 미래에 숙제를 던졌다.

재판부는 현행법의 한계를 토로했으나 재판결과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사실상 미투 운동에 사형 선고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을 보며 안도하고 있을 수많은 괴물에게 면죄부를 준 사법부의 판단에 심각한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요즘 빈발하는 직장 성폭력사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직장 내 지위와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을 합리화하는 신호로 오해하면 큰일이다.

무엇보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판결이 미투 운동의 위축으로 이어져선 안된다. 미투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부정적 효과가 미쳐서도 안된다. 미투는 가해자 개인에 대한 사법처리를 넘어 21세기판 차별 극복운동이며 인간성 회복 운동이다. 상하·갑을 관계, 남녀 간의 신체적 힘의 차이 등을 등에 업은 성폭력 등 부당한 권력 행사가 없어질때까지 미투 운동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중세때 교회에서 ‘면죄부’라는 것을 판매한 시절이 있었다. 이후 교회를 찾아와 고해성사 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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