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저·고소득층 소득격차 역대 최고 수준
20대·50대 일자리 양극화 10년새 심화 양상
경제침체 극복해 모두 풍족한 가을이 됐으면

 

최은진 세무법인 충정 울산지사 대표세무사

올 들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격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고 한다. 고소득층의 수입은 빠르게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의 수입이 급속도로 감소한 탓이다. 여기에는 고용시장의 악화가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 중에서 취업자 가구주의 비율은 21.2%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4%나 감소한 수치라 한다. 저소득층의 경우 취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올해 소득이 지난해 대비 크게 줄어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최근 소득불평등의 추이와 특징'에 관한 보고서에 나온 얘기다. 

물론 이러한 소식에 눈과 귀가 쏠리는 것은 필자의 직업적인 촉이 작용했다. 거의 본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금을 내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도 지나칠 수 없는 관심사다.

통계청 자료를 들여다봐도 하나같이 우울한 내용뿐이다. 자영업자와 근로자 가구의 소득격차마저 더욱 커졌음이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1분기, 2인 이상 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6.3% 늘어난 558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다. 반면 근로자 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59만9,9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나는데 그쳤다. 근로자 외 가구는 가구주가 자영업자와 경영자, 전문직, 무직자 등인 가구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근로자가구의 소득과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 격차가 올 들어 200만 원 가량 벌어지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3년에는 양측의 격차가 약 60만 원 정도였는데, 불과 15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으니 양극화에 따른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일자리 문제는 또 어떤가. 20대 임금근로자 수가 2007년 367만명에서 2017년 355만9,000명으로 3.0% 감소한 반면 50대는 225만2,000명에서 415만3,000명으로 84.4% 증가했다. 임금도 마찬가지다. 20대 근로자의 임금이 2007년 138만원에서 2017년 181만원으로 43만원 증가하는 동안 50대는 186만원에서 271만원으로 86만원 늘었다. 특히 지난 10년간 20대 근로자가 10만명 이상 늘어난 업종은 전 산업업종 중 평균임금이 가장 낮은 숙박·음식점업 뿐이라는 것이다. 20대와 50대의 일자리 격차가 양과 질 측면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른바 복합 양극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해 우리의 미래가 막막할 따름이다. 

더욱 우려되는 건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대기업 근로자와 중견·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10일 ‘주 52시간' 실시 이후 처음 급여 명세서를 받아든 중소근로자들이 크게 낙담했다는 것은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기존 급여는 그대로 주기로 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평균 10~20%정도 줄어들었으니 한숨의 골이 깊을 만도 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은 불안정하기 마련이다. 자칫하면 빗나가거나 삐뚤어지기 십상이다. 시장 원리에 맞춘 공급 전략 없이 세금 몽둥이만 휘두르는 부동산 대책이 그렇고, 현실을 도외시한 최저임금 문제가 그렇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으니 넘치는 것을 경계해야 마땅하다. 

올해는 역대급 ‘불가마’에 전국이 신음하고 있다. 타들어가는 농심에 장바구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서민들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버거워진다. 이미 입추(立秋)가 지난 지 오래지만 ‘풍성한 가을’은 언제쯤 오련 지 기약조차 없다. 이래저래 속절없는 하소연만 가득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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