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요슈를 국내 처음으로 완역한 신라대 최광준 교수.  
 

최광준 신라대학교 교수(63?국제지역학부 일어일본학 전공)가 국내 일문학 연구자 중 처음으로 일본의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요슈(萬葉集)를 한글로 완역해 책을 펴냈다.

20일 신라대에 따르면 만요슈는 서기 770년께 편찬된 일본 최고의 시가집(詩歌集)이다. 이 책에 수록된 4,516수의 시가(詩歌) 작가 중 상당수가 백제나 고구려, 신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이른바 도래인(渡來人)들이다. 시가의 표기방식도 향찰(鄕札)과 같은 만요가나(萬葉がな), 즉 이두문자로 된 것이 많아 만요슈는 고대 한일문화교류와 한일고전문학, 우리나라 향가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최 교수가 이번에 ‘만요슈’란 제목으로 국학자료원 새미(주)에서 펴낸 완역본은 모두 3권으로 2,1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만요슈는 지금까지 중국어와 영어로 완역되고 프랑스어로 일부 번역되긴 했으나 국내에서는 완역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 교수가 만요슈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6년 청주대 일문학과에 진학한 직후였다. 전공수업을 통해 처음 접한 후 운명처럼 만요슈에 빠져들었다. 대학을 마친 뒤 만요슈 연구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지난 1987년 일본 니혼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1998년 후쿠오카대학에서 만요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런 열정 때문인지 그를 아는 일본인 학자들은 최 교수를 ‘만요슈 박사’라고 부른다.

지난 1989년 신라대 일문과 교수로 부임한 후 일본 고전문학을 주로 가르쳐온 최 교수는 ‘일본의만엽집’(신라대 출판부, 2005), ‘만요하세요’(니혼대학 출판부, 2011) 등의 단행본과 ‘오토모노야카모치와 여성들’(2011), ‘만요집에 보여지는 자연과 재해’(2012), ‘야마노우에노오쿠라의 문학’(2013) 등 50여 편의 만요슈 관련 연구논문을 썼다.

최 교수가 만요슈 완역에 본격 도전한 것은 2009년부터이다. 당초 목표 시한을 5년으로 잡고 고전 일문학 연구자로서 ‘학자 인생의 자존심’을 걸고 완역에 매달려 당초 목표했던 세월의 꼭 두 배인 10년이 돼서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만요슈 연구를 위해 주로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해마다 10여 회 이상 일본을 찾아 자료를 모으고, 자다가도 좋은 번역 구절이 떠오르면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하느라 잠을 설친 날도 부지기수였다.

최 교수는 “만요슈를 완역하는 동안 우리나라 관련 지명과 인물이 다수 등장하고, 매화나 맨드라미 등 식물의 전파 경로를 추정해 볼 수 있는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다”면서 “40년 넘는 세월 동안 화두로 삼아온 만요슈 완역 작업을 마무리 해 한일 학술교류 증진과 관련 분야 연구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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