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는 동네를 ‘가난한 곳’으로 만든 걸로 보여요. 말이 민생체험이지 ‘못사는 곳에 가서 살아보겠다’는 거잖아요.” 삼양동 중학생의 말이다. 유난히 무더운 올해 여름, 박원순 서울시장을 대표하는 말은 ‘옥탑방’이다. 서민 삶을 현장에서 느끼고 강남과 강북의 격차를 줄일 방안을 찾겠다며 7월 22일부터 한 달 예정으로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지냈다. ‘보여주기 쇼’라는 비난 속에 박 시장이 그곳에서 처음 발견한 것은 구멍가게, 철물점, 전파상, 양장점 등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다. 마을경제는 이미 다 죽었다.

‘한국의 지방소멸 2018’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전국 228개 시군구(제주와 세종은 1개 지역으로 계산)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89곳(39.0%)으로 2013년 첫조사 때 75곳(32.9%) 보다 14곳 늘었다. 3,463개 읍면동 중 소멸위험지역은 1,503곳(43.4%)으로 2013년과 비교해 274곳 증가했다.

울산에서는 특히 울주군 두서, 삼동면은 ‘소멸고위험’ 지역에 속해 있다. 또 울주군 두동 상북, 웅촌, 서생면은 소멸위험 진입단계에 속했다. 남구에선 야음 장생포동이 중구에선 학성, 중앙동이 각각 소멸위험지역에 진입했다. 또 10곳이 소멸위험지역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울주군에선 삼남면과 언양, 청량읍이, 중구에선 우정, 반구2동, 다운, 복산1동이 포함됐다. 남구에선 신정1동이, 동구에선 일산과 남목1동이 포함됐다.

최근 자동차와 조선업의 침체로 제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지방소멸위기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제조업 위기는 산업기반을 붕괴시켜 인구 유출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찌는듯한 더위에다 시장이 오면서 옥탑방 앞 가로등이 갑자기 너무 밝아져서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잠을 설치고 있다며 불평했다. 아침저녁으로 데모하는 차와 구경온 사람들로 골목이 붐벼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가마솥 더위 속 옥탑방보다 쪽방은 더 열악하다. 정치인들이 하루라도 선풍기 없이 여름을, 보일러 없이 겨울을 쪽방에서 살아봐야 진짜 소멸체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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