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수험생, 시험시간 연장·별도 시험실 제공 등 편의 정당"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접수가 마감된 가운데 의학적으로 증명된 중증 이상의 기면증(嗜眠症)을 앓는 수험생에게는 수능시험 때 휴식 시간 연장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졸린 증상인 기면증은 장애인복지법상 법정장애에 포함되지 않지만, 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기 때문에 일반인과 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은 균등한 교육 기회 박탈이라는 이유에서다.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 A씨는 2009년 기면증세를 겪었고, 2010년에는 병원으로부터 기면증 확진을 받았다.

대한수면학회에 따르면 잠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8분 이내인 경우, 그리고 잠든 이후 바로 램(RAM)수면이 나타나는 현상이 5회 수면 중 2회 이상 나타나는 경우 기면증으로 확진된다. 임상적으로는 중추신경흥분제를 복용했는데도 졸음을 참을 수 없으면 중증으로 분류된다.

A씨는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약물을 복용하더라도 낮에만 하루 5번 이상 심각한 졸음 증상을 겪어 학습과 일상에 큰 지장을 겪는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수험생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시험을 보는 것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A씨의 부모는 교육부 장관 등을 대상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육청 여건을 고려해 별도 시험실을 배치해줄 수는 있지만, A씨가 법정 장애인이 아닌 만큼 특별관리 대상자로 지정해 대우해주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기면증을 인권위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상 명백한 장애라고 봤다.

인권위는 "A씨는 약물 복용만으로는 낮 졸림 현상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증세가 심각하다"며 "이런 수험생이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이어지는 수능시험을 보면 수면발작과 탈력발작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수면발작은 일상적으로 활동하다가 본의 아니게 수면에 빠져드는 증상을, 탈력발작(cataplexy·脫力發作)은 급작스러운 감정적 자극을 받을 경우 맥이 풀려 쓰러지는 증상을 뜻한다.

인권위는 A씨에게 일반 수험생과 동일한 시험조건을 적용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상실하는 것과 같아 인권위법상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수능이 대학입학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다른 수험생과의 형평성은 시험의 공정성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준임은 틀림없다"면서도 "하지만 A씨에게 시간 연장은 의료적 처치 등을 고려해 다른 수험생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시험 시간을 요구하는 것인 만큼 이런 편의가 피해자에게 불공정한 특혜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해석했다.

이에 인권위는 기면증을 가진 수능 수험생에게 쉬는 시간 연장, 수면 시 깨워주기, 별도의 시험실 제공 등 편의를 제공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교육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기면증은 청소년기 전후로 발병률이 높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기면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며 "그러다 보니 학생이 게을러서 자는 것이라고들 생각하는데 기면증은 개인이 어떻게 처치하려 해도 할 수 없는 병이라 의학적인 검증만 된다면 이를 고려해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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